성낙인 서울대 총장(오른쪽)이 14일 개교 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려고 하자 시흥캠퍼스 건설을 반대하며 대학 본관에서 점거농성 중인 학생들이 단상으로 올라와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낙인 서울대 총장(오른쪽)이 14일 개교 7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려고 하자 시흥캠퍼스 건설을 반대하며 대학 본관에서 점거농성 중인 학생들이 단상으로 올라와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A명예교수)

개교 70주년을 기념하고 ‘자랑스런 서울대인’에게 상을 주는 행사가 ‘시흥캠퍼스 건립 철회’를 주장하는 학생들의 난입으로 난장판이 됐다. 서울대의 ‘생일’을 축하하러 온 린지엔화 중국 베이징대 총장은 현장에서 사태를 지켜본 뒤 이렇게 말했다. “대학을 이끌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달았다.”

14일 열린 ‘서울대 개교 70주년 기념식’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대의 위상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올해는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 이사회와 총회가 서울대에서 열리는 터라 중국, 대만의 주요 대학 총장들도 귀빈으로 참석했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동아시아를 선도할 서울대의 청사진을 안팎에 공표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그 ‘꿈’은 한순간에 깨져 버렸다. 성 총장이 축사를 위해 일어나는 순간 10여명의 학생이 단상 위로 올라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하고 즉각 대화에 나서라”며 40여분간 단상을 점거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본관 바닥에서 자고 있는데 ‘자랑스러운 서울대인’ 상이나 주고받으면서 웃고 있느냐”며 소리치기도 했다. 학생들의 구호를 잠재우려는 듯 청중들이 2분여간 박수를 친 덕분에 가까스로 장내가 정리된 뒤에야 성 총장은 축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당황해하는 중화권 대학 총장들에게 “자유의 공기로 이해해달라”며 양해를 구해야 했다.

시흥캠퍼스는 서울대가 드론(무인항공기),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융·복합 연구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 조성 중인 캠퍼스다.

서울대는 지난 8월 시흥시와 실시협약을 맺었지만 이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지난 10일부터 서울대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