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이란 무엇일까요? 다른 개체와 정보, 감정 등을 교환하는 행위입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두드러진 특질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의사소통 능력이 왜 특별할까요? 인류가 자신들의 약점을 극복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공동체생활을 통해 타인과 협력함으로써 신체적 능력이 인간보다 뛰어난 동물들을 극복했습니다. 정보의 교환과 감정의 공유가 의사소통의 본질입니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개인이 ‘몸짓’과 ‘음성’을 한 다발로 묶어 다른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일이 가능해 졌습니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개인이 ‘몸짓’과 ‘음성’을 한 다발로 묶어 다른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일이 가능해 졌습니다.
정보 공유가 뛰어난 인류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인지하는 ‘자아’가 생기고, ‘자아’가 자기의 마음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도 ‘느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고 추론하는 일련의 과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데, ‘내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집약한 것이 언어입니다. 언어가 없다면 스스로가 느끼는 상황을 이해할 수도 표현할 수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도 없습니다. 자의식과 마음읽기는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그래서 특별합니다.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은 몸짓언어에서 음성언어로, 음성언어에서 문자언어로 진화해 왔습니다. 역사시대 이후 문자언어가 압도적 지위를 차지한 것은 기능적으로 다른 두 언어를 뛰어넘었기 때문입니다. 문자언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신체의 한계를 뛰어 넘은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몸짓언어는 의사소통 당사자들이 피차간에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 안에 자리해야 합니다. 음성언어도 목소리가 들리는 범위 안에서만 유효한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문자, 노래, 음성의 장점

문자는 이 거리를 뛰어 넘습니다. 공간 뿐 아니라 시간도 뛰어 넘습니다. 수 백 년 전의 기록을 현대인이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말을 바꾸면, 문자언어는 인류가 발명한 최초의 ‘광범위 통신수단’이자 ‘체외 기억장치’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문자의 발명’ 이후 문명사적 중요성이 급격하게 줄어든 기능이 있다고 봅니다. ‘노래’입니다. ‘노래’는 문자시대 이전에 인류가 생존에 필요한 지식과 지혜를 실어 나르는 수단이었습니다.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기억하고 전승하고 전달하기 위해 음성언어가 진화한 형태입니다. 지금은 오락적 기능만이 남아있지만, ‘노래’는 오랜 기간 동안 인류가 활용한 ‘최신형 기억장치’였습니다.

문자언어는 정확성, 진지함 등에서 다른 두 언어보다 확실히 비교우위가 있습니다. 정보전달의 효율성도 극히 최근까지 다른 두 언어를 압도했습니다. 이 비교우위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는 것이 21세기 인류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사의 거대한 전환기에 살고 있습니다.

몸짓언어와 음성언어는 문자언어에 비해 즉각적입니다. 정보전달의 속도가 빠릅니다. 의사소통 범위 내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발신과 수신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근접대화를 하는 경우, ‘말’을 통해서 교환하는 정보는 19%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의사소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분석입니다. 표정, 어투, 어조, 몸짓 뉘앙스, 미묘한 느낌, 분위기 등이 보다 의미 있는 정보를 더 많이 전달한다는 것이지요. ‘중요한 이야기는 직접 만나서 해야 한다’는 말은 바로 이런 상황에 대한 직감적 표현입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녹화하고 그 영상이 포함한 모든 정보를 문자로 옮긴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지간한 분량으로는 문자적 표현이 불가능할 터입니다.

의사소통 채널이 바뀐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개인이 ‘몸짓’과 ‘음성’을 한 다발로 묶어 다른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일이 가능해 졌습니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부 극소수의 인간이 아니라, 대다수의 인류가 몸짓언어와 음성언어의 시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몸짓언어와 음성언어는 인류가 문자언어에 비해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활용했던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당연히, 인간의 본능에 더 가깝습니다. 기술적 제약을 뛰어넘은 몸짓언어와 음성언어의 결합체가 어디까지 진화해 나갈는지가 궁금합니다. 21세기는 어쩌면 1만7000년 만에 인류의 의사소통 메인채널이 바뀌는 인류사적 격변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