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창성의 탄식 "전례 없다고 불법 단정하면 누가 정부 믿고 벤처 투자 하나"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사진)는 13일 “망할 확률이 90%가 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는 인센티브를 그만큼 줘야 하는데 전례가 없다고 (인센티브를) 불법이라 한다면 벤처업계 창의성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로부터 투자금액 이상의 지분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돼 지난 7일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직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다.

호 대표는 “민간 주도 창업지원사업(TIPS·팁스)이란 꽤 괜찮은 제도가 나와 여기에 참여했는데 검찰 수사를 받아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투자는 심리인데 (벤처 투자가) 크게 위축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을 무작정 믿어야 할지에 대한 의문이 투자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으며 정부 사업에는 아예 참여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4월 구속돼 7월까지 110일을 구치소에서 지냈다. 정부 보조금을 빌미로 스타트업으로부터 부당하게 많은 지분을 취득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구속기소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팁스 내 다른 운영사뿐 아니라 상당수 스타트업까지 호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며 탄원운동을 할 정도로 업계에선 검찰의 이번 수사에 반감이 컸다.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는 “투자업계뿐 아니라 정부 정책과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팁스처럼 새로운 정책을 시도하길 꺼릴 것이고 대기업은 벤처기업을 인수했다가 실패했을 때 책임을 묻게 되는 게 두려워 M&A 시도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호 대표는 이번 검찰 수사가 “초기 창업기업 투자에 대한 이해 부족이 낳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더벤처스는 창업 3년 미만의 초기 기업, 예비 창업자 등 주로 아이디어만 있고 사업화가 이뤄지지 않은 창업팀에 투자해왔다. 이들에게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기술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자신이 지닌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등 ‘무형의 가치’를 제공하는 게 더 많다고 호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창업팀은 최고기술책임자(CTO)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필요로 하는데 팁스 운영사가 초반에 이 역할을 했으면 기여도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분의 정도는 양쪽이 협의해서 정할 문제이지 남이 정해줄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호 대표는 “같은 1억원이라도 옆집 아저씨가 주는 것과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주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며 “이 둘을 같은 잣대로 놓고 지분도 똑같이 가져가야 한다면 초기 벤처투자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3년 일본 라쿠텐에 2억달러를 받고 매각한 동영상 자막서비스 업체 비키 창업 때 투자회사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경험도 얘기했다.

호 대표는 “당시 한 투자사가 기술개발 컨설팅을 받으라고 해 6개월간 구글 출신 엔지니어 6명에게 컨설팅을 받았다”며 “1 대 1로 직원들과 마주 앉아 시스템 구축 방법을 전수하고 안정적으로 서비스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또 “개발자를 뽑을 때 면접도 대신 봐주고 연봉체계와 인센티브까지 정해줘 사실상 팀 하나를 만들어줬다”며 “이때의 경험 덕분에 국내에서 투자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