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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미국 '동부 언론'

입력 2016-10-13 17:37:09 | 수정 2016-10-14 01:19:48 | 지면정보 2016-10-14 A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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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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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9월26일 미국 대통령 선거 TV토론이 CBS 스튜디오에서 처음 열렸다. 민주당 후보 케네디와 방송사 측은 무릎 수술을 받은 공화당 후보 닉슨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선 채로 토론하도록 했다. 닉슨이 땀을 많이 흘리는 걸 알고 스튜디오 온도를 높였다. 카메라 감독은 땀을 훔치는 닉슨을 클로즈업하거나 텁수룩한 수염을 눈에 띄게 해 ‘중고차 판매원’ 같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6주 후 케네디는 초접전 끝에 미국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알다시피 CBS는 민주당 성향의 진보·좌파 언론 중 최대 방송사다. 지금도 CBS 사장의 형이 민주당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이다. 같은 진영인 ABC뉴스의 총괄제작자는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의 남편이다. 올해 토론을 중계한 CNN 경영자의 남편은 힐러리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비서실장이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CNN을 ‘클린턴 뉴스 네트워크(Clinton News Network)’라며 치를 떤 배경이다.

NBC를 포함한 3대 방송사와 MSNBC 등 주류 미디어의 대부분이 그렇다. 활자매체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타임, 뉴스위크 등도 ‘진보’를 자처한다. 《미국인의 역사》를 쓴 폴 존슨은 이들을 ‘동부 언론’으로 부른다. 보수 성향의 폭스TV와 월스트리트저널을 제외한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지역의 절대다수 미디어가 좌파라는 것이다. 팀 그로스클로스 UCLA 교수도 《좌회전: 진보 성향 미디어가 미국인의 마인드를 어떻게 왜곡시키는가》에서 이를 비판한다.

지난 4월 설문조사 결과 백악관 출입기자의 25%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지지자는 한 명도 없었다. 미국 언론사들이 윤리강령을 통해 특정 후보나 정당 지원 활동을 금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워싱턴포스트가 2010~2012년 인용한 보고서도 좌파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 551회, 우파 성향의 헤리티지재단 235회로 편향적이다. 미국의 언론자유가 무한한 것 같지만 주류 언론의 80% 이상을 진보진영이 장악하고 있다.

그저께는 위키리크스가 좌파 언론과 클린턴 캠프의 유착 의혹을 폭로했다. 선거대책본부장과 주요 당직자들이 토론 예상 질문을 미리 알려주거나 발언 수위까지 숙의하며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빨간색 진실’과 ‘파란색 진실’이 따로 있다는 미국 정치의 비밀이 물밑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가 “민주당과 좌파 언론이라는 두 적과 싸운다”고 하소연할 만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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