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본을 찾아서
불의와 불공정을 바로잡고 공의를 세워야 할 법조인들이 각종 비리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인천교통공사는 지하철 탈선사고를 모의훈련으로 조작하고 국토교통부와 인천시에도 허위보고를 했단다. 똑같은 수법의 거액 대출사기를 연이어 당한 모 공사 등 국정감사에서 거론되는 2016년 대한민국은 기본과 원칙이 살아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한 조사에서 국민의 70% 이상이 남들은 법을 잘 지키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90% 이상이 자신은 법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이런 우리의 법의식은 아직도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 사회학자 G 홉스테드의 문화모형에 따르면 한국은 개인주의 국가와 상반되는 집단주의 국가로 분류된다. 이 집단주의라는 것은 국가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전체주의적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나와 관계가 있는 소(小)집단, 즉 정당 모임 친척과 같은 내 편은 옹호하고 나와 관계가 없는 타 집단에는 배타적이다. 이런 소집단주의는 종종 융통성이라는 허울을 쓰고 각종 편법을 자행한다. 도서관에서 내 친구 자리를 잡아두는 학생이나 맛집의 긴 대기선 중간에 아는 사람을 찾아내 자연스레 새치기하는 모습은 다른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자기 것이 소중한 만큼 남의 것도 소중하다는 배려의 기본, 기초생활에서의 정직성과 공공장소에서의 기본적 에티켓, 업무수행이나 고객에 대한 기본적 성실성…. 이런 기본들이 외면당하는 사회로 흘러가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한국이 21세기 들어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우려하지만 진짜 위기는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기본을 망각하는 데서 오는 위기일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실망할 일은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은 특출한 교육열을 지닌 국민과 교육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인재를 키워내고 경제성장과 더불어 문화성장을 이뤘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는 준법의식 확충과 윤리감수성 키우기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선택할 가장 지혜로운 길은 학교교육,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준법, 윤리, 문화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본가치에 대한 인식이 교육으로 사회 전반에 되살아나 확고하게 뿌리내리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다만 교육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주입식(rule teaching) 교육보다 스스로 배우게 하는 영감고취형(inspiration learning) 교육이 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조영곤 < 화우 대표변호사 ykoncho@yoon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