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명가' 에릭슨의 추락
스웨덴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릭슨 주가가 12일(현지시간) 스톡홀름증시에서 20.21% 급락했다. 이날 종가 49.35크로나(약 6333원)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저점인 45크로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진한 실적이 원인이다. 에릭슨은 이날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7~9월 영업이익이 3억크로나(약 384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3분기의 51억크로나(약 6537억원)에서 93% 줄었다. 매출은 511억크로나로 같은 기간 14% 감소했다. 7월 한스 베스트베리 최고경영자(CEO)가 경질된 이후 임시 CEO를 맡고 있는 얀 프리카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용을 더욱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핵심 시장인 유럽은 물론 브라질과 러시아, 중동 등 신흥국에서 휴대폰용 통신장비 수요가 대폭 줄어든 것이 실적 악화를 불러왔다고 전했다. 에릭슨은 5세대(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의미있는 매출이 발생하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에릭슨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통신장비 위주로 단순해 시장 침체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에릭슨은 2012년 휴대폰사업부를 매각하고 통신장비 제조·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에릭슨은 전날 3000여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스웨덴에 근무하는 연구 인력과 판매 인력이 대상이다. 에릭슨은 2014년 이후 3만여명을 내보내는 등 구조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에릭슨 전체 직원은 약 11만5000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