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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대한민국 갑질 리포트] "까라면, 깔 것이지" 폭언·면박…혹시 나도 '사람잡는' 갑질상사?

입력 2016-10-12 18:24:54 | 수정 2016-10-12 18:33:44 | 지면정보 2016-10-13 A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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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합법과 불법 오가는 직장 내 갑질

공개석상서 면박 준 상사 '벌금형'
재계약 빌미로 밭농사 시키기도

개인일 시키거나 실적 가로채는 얌체 상사가 진짜 '슈퍼갑'
후배 검사 자살로 내몰았던 사건 등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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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능력도 없고 머리도 나빠서 팀장 자질이 없어.”

한 제조업체 차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매주 열리는 팀장급 간부회의에서 직속 본부장인 김모씨에게 수시로 이런 모욕을 당했다. 여러 간부가 보는 앞에서 김 본부장은 A씨에게 ‘넌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며 면박을 줬다. ‘당장 일을 그만두라’는 협박까지 받았다. 참다못한 A씨는 김 본부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부산지방법원은 올해 초 모욕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김 본부장에게 200만원 벌금형을 내렸다. 부하 직원을 공개 석상에서 지속적으로 모욕하는 등 죄가 가볍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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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폭행·모멸주기·개인심부름…

‘갑질’은 직장에서도 존재한다. 오히려 더 광범위하고 뿌리가 깊다. 폭행과 폭언이 대표적이다. 업무를 빙자해 개인 일을 시키거나 은근슬쩍 성희롱하는 상사도 있다. 이런 갑질은 상사와 부하 직원이라는 관계로 포장돼 묻혀 버린다. 갑질에 항의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보니 참고 지내는 부하 직원도 많다.

지난 5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던 김모 검사(33)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알고 보니 상사였던 김모 부장검사의 갑질이 문제였다. 그는 회의나 회식 중에 능력이 부족하다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예약한 식당과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모욕을 주기도 했다. 툭 하면 일과 후 술자리에 불러내기도 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김 검사는 막다른 선택을 했다.

성과를 가로채는 행위가 슈퍼갑질

직장 내 갑질은 폭언과 폭력만이 아니다. 지위를 이용해 개인 일을 시키거나 뒷돈을 챙기는 사람도 상당수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버스회사에서 인사담당자로 일하던 A씨는 정년을 넘긴 버스기사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버스기사들이 나이가 많다는 점을 이용해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겁박했다. 쉬는 날 나오라고 해서 자신의 밭농사 일을 시켰다. 개인적으로 모두 1700만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에 비하면 담배나 차 심부름을 시키거나, 밤늦게까지 술 사역을 시키는 것은 어쩌면 약과다.

여성 직장인에 대한 성희롱도 고질적인 갑질 중 하나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툭 하면 사회문제화되곤 한다. 남성 상사가 야한 농담을 하거나 회식 자리에서 술을 따르게 하는 관행은 아직도 남아 있다. 직장 내 성희롱은 비단 남성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여성 상사에게도 해당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7월 여성 부하 직원의 목덜미에 있는 아토피 자국을 보면서 “어젯밤 남자랑 뭐했어? 남자랑 이게 뭐야?”라고 성희롱 발언을 한 직장 여성 상사 B씨에게 벌금 70만원의 형사처벌과 함께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직장인들이 느끼는 ‘슈퍼 갑질’은 뭐니뭐니해도 성과 가로채기다. 자기는 팔짱만 끼고 있다가 좋은 성과가 나오면 부하 직원의 성과를 가로채는 상사가 의외로 많다. 이런 사람들은 십중팔구 프로젝트가 잘못되면 모든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긴다. ‘잘하면 자기 덕분, 못하면 부하 탓’이다. 윗사람이 한마디하면 아무 생각 없이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는 상사도 직장인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갑질 상사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도 “야, 누가 일을 이따위로 하랬어”라고 분풀이하는 유형이다.

한국 기업 특유의 ‘까라면 까라’

갑질이 행해지는데도 부하 직원들은 꾹꾹 참는다.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8%가 ‘갑질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어차피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66.7%),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64.9%),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56.7%) 등을 꼽았다.

물론 직장 상사들도 할 말은 있다. 상당수 직장 상사는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간혹 욕설 등 거친 표현을 쓰면서 직원을 나무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각종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듯이 상사의 갑질로 인해 부하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위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갑질을 ‘자기가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대 문화’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의 상명하복식 문화도 직장 내 갑질이 만연한 또 다른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통해 상명하복 및 야근이 비일비재한 것이 한국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극명한 차이라고 분석했다.

강경민/심은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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