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다산경제학상 수상자인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오른쪽)와 제5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 수상자인 서경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12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경제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제35회 다산경제학상 수상자인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오른쪽)와 제5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 수상자인 서경원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가 12일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경제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불황과 호황은 경제학에서도 예측 불가의 영역입니다. 저성장이 훨씬 길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올해 다산경제학상 수상자인 최인 서강대 교수는 1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직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위기를 버티려면 산업 경쟁력을 키우고 중국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45세 이하 유망한 학자에게 주는 제5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은 서경원 서울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세계 경제와 따로 가는 한국

계량경제학에 30여년간 매진해온 최 교수는 한국경제신문이 1982년 제정한 다산경제학상의 제35회 주인공이 됐다. 복잡한 경제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단위근 검정법’은 학계의 보편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국내총생산(GDP)이나 주가 등의 시계열을 분석하면 불규칙성이 두드러진다”며 “이를 꿰뚫어볼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외의 방대한 통계를 분석한 그의 결론은 간단치 않았다. 그는 “2000년대부터 한국의 경기변동이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경제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2000년 10.7%에서 지난해 26.0%로 급등했다.

최 교수는 “중국이 흔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가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정치제도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한 데다 그림자금융 등 숨겨진 위험도 적지 않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쟁력 올리는 기회 삼아야

가뜩이나 부진한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해외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 한 한국만 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유럽과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부양에 나섰지만 회복 기미가 뚜렷하지 않다”며 “세계적인 불황이 생각보다 더 오래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부진 속에 고용이 타격을 입으면서 금융 부문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했다.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는 “가계부채 총량이 많지는 않지만 가계소득이 타격을 입으면 충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치밀한 방어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가장 큰 걱정은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주력산업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을 결합한 무인자동차 등 신산업 발굴이 화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되 이 과정에서 밀려나는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정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2% 숫자에 매몰돼선 안돼

이날 시상식에서 ‘제5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서 교수는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2%대 성장률이라는 숫자 자체에 함몰될 필요는 없다”며 “이보다는 얼마나 질적으로 높은 성장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업적 근면성에 기반한 ‘많은 제품 만들기’에서 벗어나 ‘더 좋은 제품 만들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두 경제학자가 똑같이 우려한 문제였다. 최 교수는 “고령화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며 “일본의 저성장 역시 인구구조에 근본 요인이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말했다. 노령 인구는 생산성과 혁신성이 낮은 만큼 이들의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만 대처하면 1인당 GDP도 하락한다는 설명이다. 서 교수도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해 한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 정책을 넘어선 장기전략이 필요하다고 두 교수는 입을 모았다. 앞으로 50년의 인구 목표를 제시하며 ‘1억 총활약상’이라는 특명장관을 둔 일본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미약품 사태 ‘게임의 룰’ 문제

서 교수는 늑장 공시, 공시정보 유출 의혹을 받은 한미약품 사태에 대해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불확실한 확률의 의사결정 구조’를 연구한 그는 “주식시장처럼 불확실성의 정도 자체가 가늠되지 않는 시장에서는 게임의 룰이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키워 결과적으로 전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저널오브이코노메트릭스’의 종신 펠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경제학자가 모든 현실을 설명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1920년대 대공황 때와 비교하면 그동안 쌓인 지식에 힘입어 여러 처방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경제학자와 학생들에게 “늘 새로운 연구를 하겠다는 도전의식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미국의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 중 상당수는 미국 경제 상황을 짚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학계에도 비슷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한국 경제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지 않는 건 교수 평가 기준이 ‘외국 저널에 논문이 얼마나 많이 실리느냐’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교수 평가 기준을 다양화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