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과 혁신도 꿈을 꿔야 나오죠"
공중에 매달린 둥근 후프 하나에 몸을 의지해 춤을 추는 모습이 서커스 같기도 하고 무용 같기도 하다. 마리옹 반 그런스벤 예술감독(사진)이 연출과 안무를 맡은 ‘태양의 서커스’ 프로그램 ‘오보(OVO)’의 한 장면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캐나다의 거리 공연자 기 랄리베르테가 1984년 퀘벡주 몬트리올에 설립한 서커스단이다. 전통적인 서커스 공연에 멀티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융복합 공연의 성공작으로 꼽힌다. 태양의 서커스는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펼치며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태양의 서커스 몬트리올 본사를 방문해 성공 노하우를 ‘한국판 태양의 서커스’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오보를 비롯해 델리리움(Delirium), 퀴담(Quidam) 등 태양의 서커스 주요 레퍼토리 연출과 안무를 맡은 그런스벤 감독은 12일 기자와 만나 “한국판 태양의 서커스는 한국 고유의 것이 돼야 한다”며 “관중이 태양의 서커스를 베꼈다고 느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북춤을 본 적이 있는데 매우 아름다웠다”며 “이런 한국 전통문화를 서커스에 녹여내면 한국 관중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런스벤 감독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스타트업콘 2016’에서 ‘창의와 혁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창의력은 상상과 꿈에서 나오고, 혁신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양의 서커스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꿈꾸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을 접목했다”며 “상상한 것을 관객 눈앞에 펼쳐보이는 멀티미디어 쇼”라고 설명했다.

그런스벤 감독은 “매주 10회씩 공연을 하다 보면 첫 공연과 같은 열정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며 “이럴 때 ‘왜 이런 공연을 해야 하는지’ 공연의 핵심 메시지를 다시 상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예술감독으로서 무용가들이 동작 하나하나만 생각하는 데 그치진 않는지, 공연 전체의 메시지를 떠올리는지 수시로 묻고 그들이 공연의 목적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관중도 스스로 공연을 해석하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할 때 비로소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