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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구소 2.0 시대] 경제 전망 내놓던 '빅3 연구소'…이젠 '그룹 싱크탱크' 역할 집중

입력 2016-10-12 16:43:31 | 수정 2016-10-12 16:43:31 | 지면정보 2016-10-13 B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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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제연구소의 보고서
1990년~2000년대 초반까지 경제·산업계 인사 '필독서' 역할

삼성·LG·현대경제연구소 '빅3'
참신한 화두 던져 정책 조언도

외환위기 후 외형 줄고 그룹 싱크탱크 역할로 축소
거시경제 분야 대부분 포기

전문가들 "독립성·공공성 살려
다양한 목소리 내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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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 대기업이 운영해온 민간 경제연구소는 한국 거시경제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풍부한 양질의 인력을 기반으로 이들이 발간하는 보고서는 1990년~2000년대 초반까지 경제 관료와 산업계 인사들이 꼭 읽어야 할 ‘참고서’였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수차례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국내 대표적 ‘민간 연구소 트로이카’인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의 위상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그룹 내부 사업을 지원하는 ‘인하우스 연구소’로 기능이 축소됐고, 거시경제 및 산업 트렌드를 분석해 정부 정책을 조언하는 역할은 약화됐다.

정책 ‘필수 참고서’

한국 민간 경제연구소의 역사는 ‘3저(저유가·저금리·저원화가치) 호황기’와 함께 시작됐다. 한국의 첫 민간 경제연구소는 1984년에 문을 연 대우경제연구소다. 이후 1980년대 후반 기업 규모가 팽창하자 긴 호흡으로 경제를 분석하고 경영 전략을 세울 필요성을 느낀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싱크탱크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1986년 4월 럭키경제연구소(현 LG경제연구원)가 설립되고 7월엔 삼성생명이 부설연구기관으로 삼성경제연구소를 세웠다. 3개월 뒤인 10월 현대경제사회연구원(현 현대경제연구원)이 문을 열었고 지금의 ‘민간 경제연구소 트로이카’가 형성됐다.

민간 특유의 순발력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이들이 낸 보고서는 경제 관료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얻었다. 인력 풀도 막강했다. 국내 박사급 연구인력이 많지 않던 1990년대까지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 인력은 최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 구원(KDI)과 비견될 정도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경제의 주요 이슈와 밀착된 주제에 대해 ‘쉽게 쓴 보고서’로 각광받았다. 2005년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 회원 수는 개설 10년 만에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일·상업은행 합병(현 우리은행) 등 굵직한 용역도 많이 맡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 클러스터 육성 전략’ 등 참신한 화두를 던져 정책에 반영시키는 일도 많았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민간 경제연구소 소장들은 2000년 초반까지 경제부총리 등과 수시로 만나 경제 동향과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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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뒷받침’에 집중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이후 민간 경제연구소의 위세는 급격히 축소되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이후 수익난을 겪기 시작한 기업들이 부설 연구소의 외형을 줄이기 시작하면서다.

아예 외부 보고서나 경제 전망을 내놓지 않는 민간 경제연구소도 늘었다. 2013년 삼성경제연구소가 그룹 싱크탱크 역할만을 담당하는 ‘인하우스’ 조직으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까지만 해도 거시경제뿐 아니라 국제 경제, 산업 및 경영 트렌드 분석에서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SERI보고서는 고위 경제 관료는 물론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필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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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돈도 안되고 ‘잡음’도 많은 거시경제 분석 보고서를 내놓기보다는 연구인력을 모기업의 주력 업종 시장 전망이나 경영 전략 등에 집중하게 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거시경제 분석 자료는 국제통화기금(IMF) 한국은행 통계청 등 외부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기적으로 거시경제 분석에 대한 외부 보고서를 내놓는 연구원은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두 곳뿐이다. 그나마도 보고서 수준은 그전보다 질적으로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오너의 입김이나 정치권의 외풍, 모기업의 재정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대기업들이 3세 경영 체제로 바뀌면서 공적 연구 기능을 소홀히 하는 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빅3 경제연구소’ 외에 대부분의 대기업 부설 연구소 역시 거시경제 분야를 포기했다. 외환위기 직후 경제연구소를 해체했다가 2002년 간판을 바꿔 새로 발족한 SK경영경제연구소도 거시경제 분석 기능을 사실상 접었다.

해마다 ‘내년 경제 전망’을 내놓던 대신경제연구소도 2011년 이후 거시경제 전망 기능을 없앴다. 농협은행 산하 농촌경제연구소는 수익성을 이유로 2014년 해체됐다.

“외풍으로부터 독립성 지켜야”

민간 연구소들은 앞으로도 외부 보고서보다는 ‘그룹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모기업의 지원이 줄다 보니 적은 인력으로 과거와 같은 양질의 보고서를 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기업의 이해관계나 정부의 외풍(外風)으로부터 민간 경제연구소의 독립성을 지켜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 굴지의 민간 경제연구소장을 맡았던 A씨는 “민간 경제연구소의 위상이 약해진 데는 독립성과 공공성이 훼손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꼽았다. 그는 “민간 경제연구소의 공공재적 성격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민간 경제연구소가 다양할수록 정부는 새로운 목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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