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사건’ 당시 금품을 받고 6700억원대 사기대출에 가담한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전직 직원들이 TV수출업체 온코퍼레이션의 1500억원대 무역보험 사고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이 입수한 무보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2013년 3월26일 무보는 온코퍼레이션에 대한 단기수출보험(EFF) 보험인수심사위원회를 열어 보증 제공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에는 당시 무보 중견기업부장이었던 허모씨와 중소기업부장 정모씨 등 8명이 참여했다.

허씨는 모뉴엘의 보증한도를 높여주는 명목 등으로 6000여만원을 수수해 징역 4년과 벌금 8000만원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정씨도 모뉴엘에서 금품을 받아 수사선상에 올랐으나 법정관리 신청 직전 해외로 도주했다. 정씨는 온코퍼레이션 미국 법인에 취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회의록에 따르면 허씨와 정씨는 보험인수심사위원회 회의에서 다른 심사위원들이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수출자 리스크가 크다’ 등 신중한 견해를 드러냈던 것과 달리 유독 온코퍼레이션에 대한 보증을 적극 주장했다.

제안자로 나선 허씨는 온코퍼레이션의 2012년 수출 실적이 정확한 것이냐는 물음에 “매출의 100%가 수출이기 때문에 수출실적 집계 오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에 생산시설이 없어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크지 않고 수출자 리스크(위험)이 클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무역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으로 수출자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대된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공사(무보)와 꾸준히 신뢰관계를 쌓아 신용위험도가 낮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여한 정씨 역시 온코퍼레이션에 대한 보증 필요성을 적극 옹호했다. 정씨는 애플이 중국 폭스콘에 아이폰 생산을 위탁하고 있는 사실을 거론하며 “애플처럼 제품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기지를 두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수민 의원은 “회의록 내용은 ‘모뉴엘과 온코퍼레이션 사건은 다르다’는 무보 주장과는 달리 모뉴엘과 마찬가지로 온코퍼레이션에 대해서도 보험 심사가 허술하게 진행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는 온코퍼레이션 사건과 관련한 무보의 허술한 보험 심사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코퍼레이션의 재무제표를 보면 부실 징후를 사전에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이미 1년전부터 가짜 재무제표를 만들었던데 무보가 똑같은 사고를 또 당했다”고 말했다. “김영학 무보 사장은 회계지식이 전혀 없고 경영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은 “온코퍼레이션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 수입업자와 직접 거래하는 ‘오픈 어카운트’ 방식을 썼는데, 만약 중국 생산자와 미국 소비자간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많은 거래였다”며 “무보가 뭐라고 변명하든 근본적인 위험을 제거하지 않고 보험처리를 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곽대훈 의원은 “모뉴엘 사태가 발생한지 불과 1년반 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은 무보가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학 무보 사장은 “2013년은 아직 모뉴엘 사건이 터지지 않았을 때”라며 “허모 부장이 모뉴엘과 온코퍼레이션 모두 담당 부장으로 관여했던 사실은 저희로선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사기수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답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