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을 국정감사장에 불러 호통치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재연됐다. 1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다. 이날 정무위 국감엔 기업 대표 및 임원 7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헌탁 두산중공업 부사장을 상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경위를 물었다. 김 부사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내용은) 이번에 알게 됐다”고 말하자 제 의원은 “사실관계를 아는 사람이 출석해야 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웠다.

같은 당 김영주 의원은 “휴대폰 다단계 판매를 중단하라”는 요구에 황현식 LG유플러스 PS본부장이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답하자 “거짓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유플러스가 당초 휴대폰 다단계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약속과 다르다는 얘기였다.

증인들의 답변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 의원은 “두산중공업 측에서 받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공문을 근거로 질문하는데도 증인이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소속 이진복 위원장은 “증인을 잘못 부른 것 같다. 충분히 해명하고 가야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것”이라며 “거짓말하고 시간만 때우다 가려고 한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도 “기업인 증인을 보면서 뭘 느꼈느냐”는 최운열 더민주 의원의 질문에 “답변에 책임감이 없다”고 평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국감에선 무보의 대규모 보증사고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무보는 TV 수출기업 온코퍼레이션이 은행 대출을 받을 때 보증을 섰다가 이 업체가 파산하면서 대출금 1500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유동수 더민주 의원은 온코퍼레이션이 부실 징후를 보였는데도 무보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보증을 해줬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2012년 매출이 3691억원이고 영업이익이 157억원인데 현금 유입은 27억원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영학 무보 사장은 “무역보험을 이용해 사기 대출을 받은 모뉴엘처럼 허위 수출에 의한 보험 사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무위는 여야 합의로 증인채택에서 제외됐던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등 2명을 오는 18일로 예정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황 본부장 등 이날 출석한 증인들의 답변이 부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승호/김기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