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주먹구구식 회계 어떻길래…투쟁기금·사업 지원금은 노조 간부 '쌈짓돈'
기업 노동조합의 회계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노조의 독립적 감사 선임 또는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한 게 핵심이다. 노조의 감사 선임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전국 단위 노조나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는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매년 6월 노조 회계감사를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했다. 노조의 재정 관련 자료와 감사결과보고서 등 관련 서류 보존 기간은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조합원이 원하면 회계 정보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 등장한 것은 노조 회계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2010년 7월 노조 전임자에 대한 회사 급여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정해진 전임자에게는 급여를 지급하는 근로시간면제제도가 시행되면서 노조 회계 비리가 싹트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급 노조전임자의 급여 일부 혹은 전부를 노조 재정에서 충당하는 곳이 크게 늘면서 노조 재정 관련 사건·사고가 증가했다는 지적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노조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조 자체의 개선책이 나온 적이 있지만 관련 비리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회계 비리의 대표적 유형은 △노조 간부의 조합비 유용 △투쟁기금 사업지원금 등 조합비 외 기금 횡령 △채용 등을 미끼로 한 제3자 금품 수수 등이다. 노조 간부가 조합비를 챙겨 자신의 빚을 갚거나 생활비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노조 기금을 빼돌려 주식이나 땅을 사고 유흥비로 탕진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간부 윤모씨가 공금을 빼돌리고 관련 회계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게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윤씨는 한수원 노조의 예산·서무업무 등을 담당하는 총무국장으로 일하면서 85차례에 걸쳐 3억여원의 조합비를 횡령했다. 돈을 빼돌리기 위해 노조 계좌의 예금잔액증명서까지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투쟁기금이나 외부기금, 사업지원금 등 노조 기금을 횡령한 사례도 많다. 전 한국교원노조 경기지역본부장 최모씨는 지난해 경기교육청이 보조금 형태로 지원한 사무실 임차보증금 1억3000만원을 빼돌려 기소됐다. 노조 사무실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2억원을 지원받은 뒤 보증금을 낮춰 건물주와 재계약하는 방법을 썼다가 들통이 났다.

채용을 미끼로 노조 간부가 돈을 따로 챙기는 경우도 흔하다. 제주항운노조위원장 전모씨는 2010년부터 조합원 채용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됐다. 채용을 미끼로 수석 41점과 분재 등 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노조 감사의 자격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독립성이 없어 노조 감사가 되레 간부들의 횡령 등 비리를 묵인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며 “입법을 통해 노조 재정의 합리적 운영과 투명성을 확보해야만 노조 비리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