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최근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에 선뜻 나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선 3사가 경영난에 처한 뒤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은행도 이들 기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꺼리는 분위기여서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30일 모나코에서 수주한 4200억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에 대한 RG를 발급하기로 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어렵사리 선박을 수주하고도 한 달 넘게 RG를 발급받는 데 진통을 겪은 현대중공업 사례와 비교된다는 말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셰일가스 운송용 LNG 선박 2척을 수주했지만 은행들이 보증을 꺼려 시간을 끌다 결국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분담해 RG를 발급했다.

삼성중공업으로선 주채권은행도 아닌 기업은행의 RG 발급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앞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은 삼성중공업의 여신한도를 축소해 우려를 자아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달리 조선업 여신한도를 축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도에 여유가 있어 RG를 발급했다”고 말했다. 또 “현대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도 원칙적으로 여신한도 내에서 협의를 통해 RG 발급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지만 여신한도에 여유가 없어 삼성중공업 측에 다른 은행과 개별적으로 접촉해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는데, 마침 기업은행과 협의가 잘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지금까지 대형 조선사에 RG를 거의 발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상적인 결정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