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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간신과 충신

입력 2016-10-11 17:54:31 | 수정 2016-10-12 01:24:14 | 지면정보 2016-10-12 A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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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 듀오정보 대표 ceo@duon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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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천 년의 쾌락을 누리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나이다.” 영화 ‘간신’ 속 대사다. 때는 연산군 11년, 왕에게는 최고의 ‘충신(?)’이었겠지만, 왕의 비위를 맞춰 왕을 마음대로 움직이려는 조선 역사상 최악의 ‘간신’을 다룬 영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그야말로 ‘고객이 왕이다’. 고객이 왕이라면, 왕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플매니저는 ‘간신’과 ‘충신’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결혼정보회사는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를 판매한다. 대한민국에서 ‘서비스’는 ‘군만두’와 같다. 마치 탕수육을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군만두처럼, 사람들은 서비스를 공짜라고 생각한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결혼할 상대를 소개해 주는 일은 복잡하고 힘들다.

결혼정보회사는 고객이 요금을 지불하는 순간부터 진짜 계약이 시작된다.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 단위로 활동하다 보니,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고객 요구는 무수히 늘어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그냥’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고객 자신조차 모를 수 있는 속마음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고객에게 고언(苦言)을 할 때도 있다. 결과적으로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충신의 역할인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고객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회원들에게 ‘이상적 배우자 정보’를 제공하다 보면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간신과 충신 사이에 고민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사람 역시 나를 좋아해주면 좋을 텐데, 실제 매칭 현장에서는 ‘사랑의 작대기’가 일치하지 않는 때가 많다. 자신도 자기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안될 줄 알면서도 원하는 상대만 소개해 주는 일은 쉽다. 싫은 소리를 들을 이유도 없고, 마찰이 생기지도 않는다. 반면 회원이 꼭 원한 상대는 아니지만, 커플매니저의 ‘촉’(직관)으로 봤을 때 좋은 결과의 확신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 인내를 가지고 대화해 만남이 이뤄지도록 설득하는 일은 어렵다. 힘이 두 배로 드는 만큼, 만남이 잘됐을 때 느끼는 보람도 두 배가 된다. 인생을 길게 살다 보면 비위만 맞추는 간신보다는 직언을 고하는 충신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박수경 < 듀오정보 대표 ceo@duon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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