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선들이 불법 어로를 단속하는 우리 해경 고속단정을 침몰시키는, 극악무도한 사실상 살인행위를 저질렀다. 강도가 집주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한두 번도 아니고 심심하면 터지는 유사 사건을 접하면서 국민은 이제 분노를 넘어 좌절감과 굴욕감마저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도대체 중국 어선들이 한국 공권력을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이런 일이 반복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 정부가 대중외교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만 중국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북핵문제나 대미관계, 경제교류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필요할 때만 그저 한국을 이용하려 들 뿐, 상호 존중하는 대등하고 호혜적인 양국관계에는 큰 관심이 없다.

우리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 좀 더 엄격하고 단호한 단속을 벌였다면 중국 어선들이 이 정도까지 무법천지를 만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불법 조업 외국 어선을 폭파시키는 강경진압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2014년 취임한 수시 푸지아투티 해양수산부 장관은 중국 어선 등 170여척의 불법 어선을 폭파·침몰시켰고 이후 불법 조업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우리 해경이 강경 진압하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중국 눈치를 심하게 보는 데다 이미 해적 수준의 무기를 갖춘 중국 어선을 물리적으로도 상대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공권력 경시 풍조 역시 적잖은 영향을 줬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백남기 사망 사건에서 보듯이 불법 시위를 했어도 사고만 나면 모든 화살은 경찰에 날아든다.

경찰에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만취해 경찰서를 때려부수고 단속 경찰을 차에 매달고 질주해도 가벼운 처벌에 그치기 일쑤다. 반면 경찰 진압으로 다치기라도 하면 졸지에 경찰은 폭력 경찰이 된다. 정치권은 진상조사를 한다며 부산을 떤다. 어떤 경찰이 몸을 던져 일하겠는가. 경찰 장비 관련 예산도 자꾸 깎일 수밖에 없다. 무슨 일만 터지면 경찰부터 탓하는 게 우리 사회다. 누가 공권력을 이렇게 무력하게 만들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