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시행할 예정인 새로운 중소기업 위탁보증 체계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증기관이 장기간 보증을 이용한 중소기업의 심사 업무를 민간 은행에 넘기면 보증 축소 등 각종 부작용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초부터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으로부터 10년 이상 보증을 이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 심사 업무를 은행으로 넘길 계획이다.
10년 넘은 신보의 중소기업 보증, 내년부터 민간은행에 넘기라는데…
장기간 보증을 이용한 기업에 대한 보증을 효율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우선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새로운 위탁보증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향후 5년간 12조원 규모의 보증 업무를 은행에 넘길 계획이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지난해 기준 전체 보증액 50조원의 24%가량이다.

그러나 은행은 보증 업무를 이관받으면 대출 업무와의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은행 자체적으로 심사한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 보증 심사를 맡는 부서는 기업 리스크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해 보증서 발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며 “그러나 대출이라는 핵심 수익원을 맡고 있는 영업점은 규모를 늘리려고 하기 때문에 부서 간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증 부실화에 따른 손실 책임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금융위는 내년부터 은행에 보증 업무를 넘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보증기관이 4%만 대위변제를 해주기로 했다. 나머지 96%는 심사를 한 은행이 고스란히 책임져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보증 리스크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지는 셈이다.

보증기관들도 새 제도에 불만이 있다. 정책기관 본연의 업무를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 은행에 넘기게 되면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큰 성장 기업이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창업 초기 기업 못지않게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중요하다”며 “장기 보증을 이용하고 있는 기업의 상당수가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기업이라는 점이 새 제도에서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 은행에 위탁 보증을 강제하기보다는 보증기관과 민간 은행 간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서 10년 이상 보증을 이용하고 있어 새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된 6만여개 중소기업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10년 이상 보증을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보증 규모 감축 대상이 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민간 은행으로 보증 업무가 넘어가면 보증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신 위탁보증제도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면서도 “정책 보증체계를 개편해 보증으로 연명하고 있는 한계기업을 정리한다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