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1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음악극 ‘햄릿’.
오는 12~1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음악극 ‘햄릿’.
인간의 고뇌와 분노, 광기가 응축된 연극 ‘햄릿’을 강렬한 밴드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영국의 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와 덴마크 극단 리퍼블리크가 12~1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리는 음악극 ‘햄릿’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새롭게 변주한다. 원작을 해체해 가장 극적인 장면 21개를 뽑은 뒤 음악과 이미지로 표현한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시작하는 햄릿의 유명한 독백은 섬뜩한 카바레 음악으로, 햄릿을 사랑하는 오필리어의 감정은 처연한 발라드로 다시 태어난다.

타이거 릴리스는 강렬한 음악으로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아코디언, 기타, 수자폰, 피아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각 장면의 분위기를 만든다. 오필리아의 심정을 담은 발라드 ‘Alone’, ‘죽느냐 사느냐’를 카바레 음악으로 바꾼 ‘To Be or Not to Be’, 햄릿이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부르는 ‘Worms’ 등으로 인간의 심연을 파고든다. 작품을 연출하고 무대를 디자인한 마틴 툴리니우스는 “‘햄릿’의 무대화를 결정하자마자 타이거 릴리스가 떠올랐다”며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시적인 방법으로, 아름다운 가사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밴드”라고 설명했다.

초고음의 카스트라토 창법을 선보이는 타이거 릴리스의 보컬 마틴 자크가 해설자로 무대에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2012년 덴마크에서 이 작품을 초연할 당시 “캐릭터의 광기와 결핍을 드러내며 관객들의 깊은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크는 이번 작품에 나오는 노래 중 19곡을 작사·작곡했다.

무대는 햄릿 일가의 슬픈 자화상을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연출 기법으로 보여준다. 무대에 투사된 거대한 강물이 오필리어를 통째로 집어삼키고,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지 못하는 왕족들은 인형처럼 줄에 매달려 있다. 햄릿과 거트루드 왕비가 다투는 장면에서는 무대 세트가 수직으로 넘어진다. 두 사람이 운명의 무게에 짓눌리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서다. 툴리니우스는 “시각적 이미지와 움직임은 극중 인물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동화되게 하는 데 언어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라며 “언어를 걷어낸 자리에 시각적·음악적 이미지를 입힘으로써 햄릿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4만~8만원.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