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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 이대리]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 회사 워크숍은 '고난의 행군'

입력 2016-10-10 18:42:50 | 수정 2016-10-11 03:08:19 | 지면정보 2016-10-11 A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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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좋아하는 낚시 여행 추진했다가 날씨 탓에 1박2일이 2박3일로…
"팀원들 눈치에 죄인처럼 살고 있어요"

빼앗긴 황금주말
가을마다 체육대회 응원 준비
동료들과 플래카드 만드느라 이틀 연속 야근에 '앵그리 버드' 변신

내가 논개가 된 것 같아
술김에 얘기한 부장과의 등산모임, 아무도 안와 단둘이 산행…대략난감
"인기 없는 상사 되지 말자" 결심
대기업 영업사원 김 대리(32)는 지난 1주일 내내 상사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갑작스럽게 잡힌 팀 단체 산행에 혼자 결석했기 때문이다. 김 대리는 억울했다. 두 달 전부터 주말을 이용해 1박2일 여행 계획을 세워뒀는데 날짜가 겹쳤다. 상사들에게 사정을 설명했지만 “이맘때면 당연히 산행가는 거 몰라? 눈치도 없이 여행 계획을 짜면 어떡하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김 대리는 다음부터 개인 일정을 취소하더라도 회사 산행에 참석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산에서 찍은 단체 사진을 보여주는데 얼마나 눈치가 보였는지 몰라요. ‘날씨 좋았는데 좀 오지 그랬냐’ ‘혼자 여행가니까 재미있더냐’며 한 소리씩 하는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가을은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워크숍 시즌을 맞는 직장인들의 심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회사 체육대회 응원을 준비하느라 야근에 시달리고, 회사 단체활동이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워크숍 스트레스’에 골머리를 앓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고충을 들여다봤다.

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일러스트=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1박2일 엠티는 싫어요”

한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박 주임(28)은 엠티 계획을 짜라는 지시를 받았다. 팀 막내인 그는 장소 선정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부장과 부원들 사이에 끼여 요즘 ‘죽을 맛’이다.

부장은 “날씨도 좋은데, 산이나 강이 있는 교외로 가자. 요즘 평창이 좋다던데…”라며 1박2일 일정을 원하는 눈치다. 하지만 멀리 떠나기 싫은 팀원들은 박 주임에게 은밀히 다가와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서울의 레지던스 호텔을 잡아 달라.” “요즘 주말 출근 때문에 1주일에 하루만 쉴 때도 많은데 엠티가 웬 말이냐. 네가 총대 메고 당일 회식으로 끝내라.”

팀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박 주임은 요즘 팀원들에게 이렇게 소리치고 싶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겁니까. 엠티 장소는 그냥 제가 정하면 안 되나요?”

1박2일 워크숍이 싫은 건 다른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정 대리(32)가 일하는 부서는 매년 가을마다 1박2일 워크숍을 간다. 부서장이 낚시를 좋아하다 보니 워크숍도 인천 부근 섬에서 캠핑하는 코스를 요구하곤 한다. 금요일 밤에 출발해 새벽 낚시를 즐기고 토요일 저녁 어스름해질 때쯤 집에 도착한다. 작년에는 갑작스러운 호우에 배가 안 떠서 일요일 오후에나 섬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유부남 직원들은 외박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주말에 자유시간을 즐기길 원하는 정 대리 또래의 젊은 직원들은 워크숍이란 말만 들어도 얼굴을 찌푸리곤 한다. “옆 부서와 다른 회사들은 등산이나 체육대회를 한다는데 차라리 그런 행사가 나을 것 같습니다. 섬에만 들어가면 못 빠져나올 거 같아 섬 강박증에 걸리겠어요.”

회사 체육대회 스트레스 폭발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씨(29)는 요즘 회사 체육대회 응원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는 2014년 입사한 뒤 매년 가을마다 체육대회 응원을 챙기고 있다. 젊은 여직원이라는 이유로 ‘응원은 네가 책임지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동료 여직원 세 명과 함께 플래카드를 만드는 등 각종 응원도구를 준비하느라 이틀 연속 야근도 했다. 업무시간에는 본업을 챙겨야 해서 응원 준비는 퇴근 시간이 지난 뒤에야 할 수 있다. 이씨는 “체육대회 때문에 쉬는 날 하루를 빼앗기는 것도 억울한데 응원 준비로 초과 근무까지 해야 하니 괴롭다”며 “애사심은커녕 불만만 생긴다”고 토로했다.

체육대회 스트레스에 부부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 부장(48)은 “매년 가을 회사가 주최하는 체육대회가 골칫덩어리”라고 불평했다. 부인과 자녀 등 가족까지 참여하는 게 회사 관례인데, 아내가 사교활동을 꺼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임원 승진을 앞둔 김 부장은 상사들에게 화목한 가정을 보여주려고 참석을 강요하다 아내와 다툴 때가 많다. 몇 년 전 부부싸움에 지쳐 혼자 갔다가 사장이 “부인은 왜 오시지 않았냐”고 묻는 바람에 둘러대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지난해엔 함께 체육대회에 다녀온 다음 아내와 사이가 벌어졌다. 1주일 이상 대화가 끊겼다. “가정불화를 낳는 체육대회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장이 폼잡을 수 있는 대규모 행사보다 팀원 간 친목을 다지는 간단한 팀별 모임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부장과 단둘이 산행 ‘대략난감’

유통회사에서 일하는 김 과장(33)의 부서에는 오래전부터 ‘등산 마니아’를 자처해온 부장이 있다. 김 과장은 얼마 전 그와 단둘이 산행에 나서는 ‘대략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지난주 회식 때였다. 한 부원이 지나가는 소리로 “가을도 왔는데 다 같이 북한산이나 가시죠”라고 제의했다. 술김에 모든 부원이 동의했고 신이 난 부장은 며칠 뒤 바로 일정을 잡아 공지했다. 하지만 부원들은 재빨리 “집안에 일이 있다” “아이를 봐야 하는 날”이라며 핑곗거리 만들기에 나섰다.

김 과장은 ‘몇 명 안 올 텐데 나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에 일찍 북한산 입구로 나갔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는 부장 한 명만 나와 있었다. 졸지에 부장과 세 시간에 걸쳐 ‘단둘이 산행’을 마쳤다.

그는 “솔직히 난감했지만 부장하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많이 친해졌다”며 “한편으로는 산행에 부원이 한 명밖에 나오지 않는 ‘인기 없는 상사’가 돼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고 말했다.

윤아영/윤희은/정지은/고재연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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