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금융산업] 금융위원회, 기업 구조조정·핀테크 육성·국민 재산증식…3대 과제 해법 찾기
“온통 금융위원회밖에 안 보이네.”

올해 초부터 관가에선 이런 말이 돌았다. 다른 부처가 정책 생산에 뜸한 사이 금융위원회만 굵직한 정책을 연이어 내놔서다. 금융위가 올해 내놓은 정책만 가계부채 관리대책, 서민재산 증식을 위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 등이다.

이뿐만 아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인 취약업종 구조조정도 사실상 금융위 주도로 추진됐다. 금융위 내부에서 “임종룡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일복’이 터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융위는 금융시장 안팎의 변화도 주도했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높였으며,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금융+기술)산업 기반도 마련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은 지난 7월 서울 NH농협은행 광화문지점을 찾아 서민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 판매 현황을 점검했다. 한경DB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은 지난 7월 서울 NH농협은행 광화문지점을 찾아 서민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 판매 현황을 점검했다. 한경DB
‘규제’에서 ‘자율’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금융위 역할을 ‘규제’에서 ‘자율’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규제와 감독권을 휘둘러 금융회사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판단에 따라 각종 규제 개선을 약속했다. 허언(虛言)이 아니었다. 임 위원장은 취임 직후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직원 24명으로 현장점검반을 꾸렸다. 현장점검반은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회사를 직접 찾아가 업무 과정에서 장애물이 되는 규제·법령, 창구지도와 같은 이른바 ‘그림자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들었다. 현장에서 올라온 애로사항은 곧바로 각 소관부처를 통해 개선 방법 등을 검토한 뒤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현장점검반은 지난 3월 말까지 1년간 616곳의 금융회사를 방문해 4057건의 건의사항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현장답변, 법령해석 등을 제외한 건의 2810건에 대해 회신해줬다. 1298건은 즉시 수용했다. 금융위는 올해 5월부터는 금융회사의 주요 ‘고객’인 민간 기업을 상대로 대출 등 어려움이 있는지를 살피는 ‘기업애로해소 특별반’도 가동했다.

‘국민이 행복한 금융’ 만들기

[도약하는 금융산업] 금융위원회, 기업 구조조정·핀테크 육성·국민 재산증식…3대 과제 해법 찾기
규제 개선만 한 건 아니다. 금융위는 국민이 재산을 늘리고 이득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상품도 내놨다. 대표적인 게 일명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다. ISA는 하나의 계좌로 은행 예적금,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투자까지 할 수 있는 상품이다. 매년 2000만원씩 5년간 가입하면 수익의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200만원 초과분은 9.9%의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등 세제 혜택을 강화했다. 지난 3월 은행·증권사를 통해 출시한 ISA는 8월 말까지 239만9000명이 가입했다. 잔액만 2조8000여억원에 달한다.

4월에는 ‘내집연금 3종세트’도 내놨다. 3종세트는 주택연금을 활용해 가계 빚 부담을 줄이고 노후생활에 대비할 수 있게 설계한 상품이다. 만 40세 이상으로 9억원 이하 집을 가진 가구가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으로 바꾸면 우대금리를 주는 등 세 가지 연금형 상품을 선보였다.

‘사잇돌 대출’도 금융위가 내놓은 정책상품이다. 은행에서 대출받기 힘든 중간 신용등급 소비자에게 10% 안팎의 중금리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핀테크 키워 금융산업 혁신 유도

금융위는 금융분야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핀테크 산업 육성방안이 그것이다. 금융위는 올 들어 영국 등 해외에서 핀테크 데모데이를 열어 기술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올 하반기엔 중국과 미국에서도 데모데이를 열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두 곳을 정해 인허가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KT 주도의 K뱅크와 다음카카오가 주축이 된 카카오뱅크 등 두 곳이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다. 이 가운데 K뱅크는 연내 본인가를 받아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권의 오랜 숙원인 우리은행 민영화도 착착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는 2014년 이후 네 차례 시도했으나 실패한 우리은행 민영화를 재추진하기 위해 올해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새로 도입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51.06%) 중 30%가량을 4~8%씩 쪼개 다수의 투자자에게 파는 방식이다. 지난달 말 매각공고를 낸 우리은행 민영화엔 국내외에서 18곳이 지분 인수를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16곳이 실사를 하고 있다. 11월 중순 본입찰과 최종 낙찰자 선정이 마무리되면 우리은행은 2001년 이후 16년 만에 민영화를 이루게 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