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엊그제 외신 인터뷰에서 “아직 기준금리(연 1.25%) 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그는 “단순논리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고, 금리 결정은 금통위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토를 달기는 했다. 그러나 금통위가 코앞(13일)이라 주목을 끌었다. 이에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문제를 들어 “통화정책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꾸로 재정의 역할을 주문했다. 일견 엇박자로 비칠 만하다.

유 부총리로선 올 2.8%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싶을 것이다. 수출 부진, 물류대란에다 태풍, 지진, 김영란법 등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정부는 27조원의 추경도 모자라 10조원의 미니 부양책까지 내놨다. 여기에 한은이 금리 인하로 화답해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인 셈이다. 이 총재도 통화 완화가 자산 거품, 가계부채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강조할 만한 위치에 있다. 이를 놓고 정부·한은의 핑퐁으로 몰아가는 것은 무의미한 발상이다.

하지만 유 부총리가 작금의 경제 상황을 총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추경과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을 기대했다면 블랙홀처럼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세수 문제도 언급했어야 맞다. 올 들어 7월까지 국세 징수액은 전년 동기보다 20조1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정부부문만 호황인데 민간 활력이 살아날 리 만무하다.

물론 유 부총리 발언 맥락을 보면 재정 여력이 있긴 해도 성장을 하려면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외엔 방법이 없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규제철폐는 말만 요란했고, 노동개혁은 흐지부지돼버렸다. 구조개혁 없이 돈만 풀어선 경제는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 뿐이다. 더구나 가계부채는 누가 어떻게 해결하라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