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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 칼럼] 전경련을 위한 변호

입력 2016-10-09 18:42:01 | 수정 2016-10-10 00:50:28 | 지면정보 2016-10-10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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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다했으니 해체하라" 압력받는 전경련
사회환경 변화 안 살핀 설득력 없는 주장
기업과 시장경제 지키는 단체로 혁신해야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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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비난의 폭풍을 맞았다. 쓸모없다는 평가에다 해체하라는 요구가 나온다. 전경련은 대기업들을 대변하는 단체다. 당연히 대기업들의 이익을 지키는 기능을 지녔다. 전경련에 대한 평가는 그런 기능의 수행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시장경제가 이상형에 가까워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해야 대기업들의 이익도 보장된다. 그래서 전경련의 핵심 기능은 우리 시장경제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전경련의 중요성은 궁극적으로 거기 있다.

전경련은 그 핵심 기능을 대체로 잘 수행해왔다. 민중주의가 거센 우리 사회에서 시장경제를 떠받치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전파하는 일은 전경련과 자매단체들인 한국경제연구원 및 자유경제원이 주로 수행해왔다. 시장경제와 기업에 대한 비난으로 채워진 경제 교과서를 학생들이 배우는 현실에서, 시장경제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지지 않은 데엔 전경련의 공이 컸다.

기업들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존한다. 기업 환경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물론 정부다.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행정부나 입법부를 상대하는 것은 아주 비효율적이므로, 이 일도 주로 전경련이 맡는다. 눈에 잘 뜨이므로, 이것이 전경련의 주요 기능처럼 보인다.

비록 비판받을 점이 많지만 전경련을 해체하거나 기능을 바꾸라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없다. 전경련이 사라지거나 변모하면 대기업들을 대변하는 단체가 새로 나와야 한다. 그 방안이 과연 현실적일까.

전경련의 임무가 이제 끝났다는 주장은 전경련의 기능과 사회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기업 환경이 어려워지는 터라 시장경제를 지키는 단체의 필요성은 오히려 절실해진다. 시장경제에 비우호적인 의원들이 유난히 많은 이번 국회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친 민중주의적 법안들을 줄이는 일은 특히 긴요하다. 나쁜 법안을 미리 막으면, 그 성과가 눈에 뜨이지 않으므로 아쉽게도, 그런 활동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전경련이 정부의 수금 기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대기업들이 권력 앞에 아주 약해서 정치 자금과 준조세들을 끊임없이 내야 한다는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 전경련이 돈을 거두지 않으면 상황이 나아질까. 대기업들이 약한데, 전경련 혼자 강할 수 있을까. 어쩌다 전경련이 용기를 내서 정부에 맞서면 대기업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좌파 정권 시절, 전경련의 한 젊은 임원이 “현 정권은 사회주의 정권”이라 말한 적이 있었다. 그의 발언은 많은 사람의 울분과 경계심을 대변했지만 한때 촉망받던 그는 끝내 불우했다. 그래도 경제연구소를 가진 대기업이 그를 연구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싱크탱크로 변신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조자들이 많다. 특히 ‘헤리티지 재단’이 자주 거론된다. 이 주장은 전경련의 기능만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 사이의 근본적 차이까지 놓쳤다.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와 경제 이론을 배우고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지식인 사회에서 실질적 파문을 당하는 한국에서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은 참호전을 치르는 군인들이다. 그들에 비기면, 헤리티지 재단은 제복 입고 열병식 하는 군대다.

그래도 전경련이 사방에서 해체하라는 압력을 받는다는 사실은 남는다. 앞으로 그런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당연히, 전경련은 정당한 비판들을 받아들여 혁신해야 한다. 사무국이 관료적이 돼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다는 지적은 특히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냥 엎드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전경련의 혁신은 이번 파문의 당사자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전경련은 회장이 비상근이어서 상근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한다. 미르 및 K스포츠 재단에 관한 국정감사에도 상근부회장이 출석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큰돈을 모아 기부했다고 증언했다. 누구도 믿지 않는 이 증언으로 전경련의 평판에 심중한 해를 끼쳤으니 그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죄는 궁극적으로 ‘들킨 죄’다.

상근부회장으로선 그런 답변밖에 할 수 없었겠지만, 그렇게 궁색한 상황으로 전경련을 이끌었다는 사실은 그가 혁신을 수행할 도덕적 권위를 잃었음을 뜻한다. 폭풍에 휩싸인 전경련이 무너질 위험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뒷날 얻을 평판을 위해 상근부회장은 책임을 떠안고 물러나는 것이 옳다. 능력 있는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은 그의 현명한 결단으로 혁신이 시작돼 전경련이 소생하기를 기대한다.

복거일 < 사회평론가·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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