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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영국 파운드화 굴욕…'브렉시트 저주' 첫 신호인가

입력 2016-10-09 19:58:49 | 수정 2016-10-09 21:16:31 | 지면정보 2016-10-10 A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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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탈퇴 협상 최소 2년 이상 소요
'하드'보다 '소프트 시나리오' 될 듯
제2의 리먼 사태 악화 가능성 희박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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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첫 일정이 나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내년 3월 말 이전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탈퇴협상 요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원국 탈퇴규정인 리스본협약 50조에 따르면 탈퇴를 희망하는 회원국 요청이 먼저 있어야 탈퇴협상을 할 수 있다.

EU 탈퇴는 험난한 길이다. 회원국이 가입 때처럼 탈퇴규정을 엄격하게 정해 놓지 않아 검토해야 할 사안만 해도 8만 장에 달한다. 탈퇴한 회원국이 없어 탈퇴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사례도 없다. 영국이 실제로 EU를 떠나는 데에는 최소한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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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영국이 어떤 형태로 탈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브렉시트는 탈퇴 이후 영국과 EU 간 관계 설정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있다. 하나는 영원히 결별하는 ‘하드 시나리오’, 다른 하나는 탈퇴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EU와 관계를 계속해 나가는 ‘소프트 시나리오’다.

전자는 영국과 EU 모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영국은 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세수 등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100년 이상 노력해온 EU도 일부 회원국의 탈퇴동조 움직임과 분리 독립운동 등을 감안하면 최대 시련을 맞을 수 있다.

국민투표에서 결정되긴 했지만 브렉시트 협상은 엄연히 경제 외교다. 영국은 탈퇴요구 이후 진행될 협상과정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거나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EU도 내부적인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만큼 ‘제3의 방안’ 검토를 신속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다른 회원국 처지를 감안하면 제3의 방안으로 채택 가능성이 높은 것은 ‘B-EU(Britain+EU)’다. ‘B-EU’는 외형상으로 영국을 EU에 잔존시키면서 난민·테러 등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해결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때 회원국은 EU의 구속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국이 당면한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 ‘완전 탈퇴’보다 현실적이다.

‘하드 시나리오’냐 ‘소프트 시나리오’냐에 앞서 브렉시트 파장을 점검할 때 잘못된 선입견부터 짚어봐야 한다. 과연 EU가 최선책이냐 하는 점이다. 최선책이 아니라면 브렉시트 파장이 과대 해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U는 난민, 테러 등에 무기력증을 보임에 따라 브렉시트가 확정되는 계기가 됐다. 오히려 회원국이 EU의 공동규제 구속과 분담금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경우 경제가 더 나아질 소지도 많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브렉시트 협상이 실제로 시작되는 데 따른 ‘심리적인 부담’과 네트워킹에 의한 ‘전염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첫 신호로 파운드화 가치가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파운드화의 굴욕’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단기 충격이 얼마나 지속되고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는 영국 국민의 대규모 예금인출로 뱅크런이 발생하면 증거금 부족현상인 ‘마진 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때 영국 이외 국가에 투자한 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가 유동성 확보에 최우선순위를 둬 통화정책을 운용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인상도 지연되고 있다. 마진 콜이 디레버리지로 악화돼 제2의 리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나라는 일본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안전자산의 선호경향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달러당 100엔이 붕괴했다. 엔화 강세가 재연되면 ‘엔고 저주(경기 침체→엔화 강세→수출부진→경기 재침체)’라는 일본 경제의 고질병이 다시 도져 아베 정부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국내 증시는 영국 금융사의 마진 콜에 따른 디레버리지가 발생하지 않는 한 외국자금의 대규모 이탈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일부 증권사가 국내에 들어온 영국계 자금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코스피지수 1800선이 붕괴하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시각을 보인 것은 지나친 비관론이다. 전형적인 ‘미네르바 증후군’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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