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인터뷰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대선 주자 인터뷰 전문
“근로시간 단축 통한 일자리 나누기 고민할 때 됐다”
“수출 대기업 의존 방식 수정하고, 수출·내수기업 함께 살길 만들어야”
“불평등 해소와 한반도 평화정착이 시대적 과제”
“햇볕, 제재 모두 실패…북핵, 채찍과 당근 함께 써야”
“3선 하니 게을러지더라…지역주의 타파 위해 대구로 내려갔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창업 등 기업가 정신을 부추기는 환경을 만들어 거기서 일거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 한 김 의원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과거 우리 경제를 이끌던 방법으론 그 과실을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드러나 새 성장 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이같이 제시했다. 그는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더불어 성장’을 내세웠다. 대·중소기업간, 수출·내수기업간 함께 살길을 만들고, 국민들 주머니를 채우면서 내수를 살려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햇볕정책도, 고립정책도 핵 개발 의지를 꺾지 못했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에 대해선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새 출발이라는 관점을 갖고 바라보고 싶다”고 했다. 또 중앙정치 권력의 배분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개헌의 초점을 두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안정된 지역구로 꼽히던 경기 군포를 버리고 대구로 내려간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는 근본적인 반성 때문이었다. 3선 정도 하니까 게을러지고 교만해지더라. 첫 국회의원이 됐을 때 친구 형님이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의미의 복초심(復初心)을 써줬다.(김 의원은 초선때부터 사무실에 이 글귀를 걸어놓았다). 3선 정도 하니 어느날 ‘내가 무엇하고 있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2011년 12월) 당시 정장선 민주당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더라. 싸움만 하지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 하지 못하는 정치를 도저히 부끄러워 못하겠다면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쇼크가 왔다. 진지하게 고민했다. 199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갈라졌을 때 통추(국민통합추진위원회)에 참여했다. (통추는 1995년 DJ가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자 합류를 거부하고 야권분열 반대 및 지역주의 극복 등을 주창하며 결성한 모임). DJ가 왜 당을 깼을까. 결국 당시 지역정당 구도 였으니 DJ가 깰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이걸 넘어서는 정치를 한번 해보자고 했다. (호남 출신의)남진과 (영남 출신의)나훈아는 영·호남을 떠나 국민들이 좋아했다. 그런데 정치는 왜 이 모양이냐라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통추를 만들어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정치를 해보자고 몸부림 쳤다. 그게 생각나더라. 그래도 한 번 해볼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더라. 경상도 출신으로 ‘싸움 한번 해보자’ 라는 각오로 내 인생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대구로 내려갔다. 조금 운도 좋았다. 국민들이 지쳐 있더라. 언제까지 편가름 때문에 자신들이 정치적 의사 표시를 늘 왜곡돼서 표시해야 하고, 대접도 못받느냐고 하더라. 지난 4월 총선에서 기회를 줬다.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와 정운천 의원이 호남에서 당선돼 지역주의 암덩어리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이번에는 한번 바꿔야 한다는 민심이 출렁거리고 있었다. 지난 4년간 지역에서 몸으로 굴렀다.”

▷더민주 내에서 문재인 대세론이 있다.

“그 분이 당내에서 가장 튼튼한 기반을 갖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대세론은 찢어진 야권 한쪽의 대세론이다. 그것 자체가 제한적이다. 좋든 싫든 여권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면서 문재인 대세론은 흔들린다. 야권 전체에 정권 교체 확신이 흔들릴 수 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선 이번에 바꿔야 한다는 강한 역동성, 내부 경쟁을 통한 다양성 등이 있어야 하는데, 대세론에 안주하면 그런 것이 없어진다.”

▷대선 지지율이 문재인 전 대표에 비해 낮다.

“아직 시간이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 대부분이 광역단체장이다. 이런 분들이 본격 대선 무대에 오르려면 시간이 있다. 아직 어디서 어떤 역동성이 생길지, 어디서 어떤 쟁점이 생겨 국민적 격려를 받을지 아직 모른다. 현재 그 분(문 전 대표)지지율이 높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달지 않지만 (높은 지지율이)계속 갈 것이냐에 대해선 동의를 안한다. 이제 시작이다. 언론 여론조사를 보면 내가 인지도는 낮지만 호감도는 높게 나왔다. 알면 알수록 표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에 출마한다면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확실한 것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불평등이 너무 심하다. 현재 내 주머니가 가난한게 문제가 아니고 미래 희망까지 좌절돼 있다. 빈부격차,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무너진다. 과거 같으면 민란 직전이었을 것이라고 표현하더라. 이럴 때 사회적 강자들이 기득권을 양보하면서 공존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진짜 위험에 처한다. 격차와 불공평을 넘어서는 공존과 사회적 경제적 강자들의 양보가 필수다. 남북 문제와 관련해선 평화공존의 틀을 확실히 정착 시켜야 한다. 국내에서는 격차 해소와 불평등 해소, 동북아 차원에서 보면 한반도 평화정착, 이 두가지가 시대적 과제다.”

▷남북 문제가 북핵 실험 등으로 경색됐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국제정치에는 우연히 잘되는 것은 없다. 철저하게 투자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전쟁은 피해야 한다. 선제타격론, 외과적 수술 등 군사적 옵션은 마지막 수단이다. 북한이 원하는게 있을 것 아닌가. 정권 유지와 먹고 사는 것이다. 정권에 대한 안위는 북·미간 (협상의)문제다.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 국제사회가 북한을 국제사회로 데리고 나와야 한다. 경제적 기회를 줘야 할 텐데,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는 방식은 국제사회가 용납 안한다. 북한도 적절한 선에서 보상을 바랄 것이다. 햇볕정책도, 고립정책도 핵 개발 의지를 못막았다. 그러면 채찍과 당근을 같이 써야 한다. 채찍에 관한 것은 미국의 개별국가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 더해 유엔을 통한 압박이 조금씩 먹혀들어간다 본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이 합의했다. 현 단계 북핵 동결과 유엔을 통한 제재를 동시에 논의할 수 있는 6자회담을 재개하지고 했다. 결국은 당근을 던진 것이다. 장기적으로 북핵 폐기와 함께 북한이 살 수 있는 길에 대해 대화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케리 장관이 9월18일 한국 미국 일본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북한 보고 즉각 핵 동결에 들어갈 행동을 하라고 케리 장관이 다시 강조한 것은 단순히 말로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파기한 뒤 핵·미사일 개발을 잇따라 해왔다.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북한이 먹고살 수는 없다. 냉엄한 현실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정권을 걷어낸다는 위협을 없애달라는 것과 함께 먹고살 길을 터 달라는 것이다. 동북아에 있어서의 평화, 번영을 위한 포럼이 이달 열리는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정치인과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온다. 북극항로를 연결해 경제적 회랑을 만들면 북한이 득을 본다. 유럽으로 가는 교통망을 통해 북한에 당근을 던져야 한다. 한쪽에선 채찍과 한쪽엔 당근을 던져야 한다.”

▷한국경제 상황이 많이 안좋다. 어떻게 위기를 타개해야 하나.

“수출 대기업 위주의 경제 운용 방식에 한계가 올 것이라는 경고가 10년전부터 있어왔지만 대책 없이 허비해왔다. 안타깝다. 세계경제가 악화돼서 그렇다, 세계 물동량이 확 줄고 각 나라가 보호 무역 기조를 강화해 그 여파로 조선·해운업이 코너에 몰렸다고 하는데, 일정부분은 맞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정도로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는 10년전부터 전문가들이 경고해왔다. 그런데 아무런 대안 없이 왔다는게 안타깝다. 그런점에서 정부와 정치권, 기업 할 것 없이 일신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근본적인 경제 운영 방향을 바꿀때가 됐다. 수출과 대기업, 특정제조업에 의존하는 방식은 수정할 때가 됐다. 정치적 슬로건화로 표현하자면 이젠 ‘더불어 성장’이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일종의 동반성장 개념이랄까, 너무 부담갖지 말고 경제민주화 가치와 시스템을 받아들여라는 것이다. 우리 당은 상법개정안까지 내놨다. 핵심은 대·중소기업 간, 수출과 내수기업 간 같이 살 길을 만들자는 것이다. 또 국민들 주머니에 쓸 돈이 없다. 주머니를 채우면서 내수를 살려야 한다. 방법은 여러가지 있다. 7,8년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인터뷰한 내용이 생각난다. ‘우리 정도 되는 나라에서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내수를 살리는 투자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라고 얘기했다. 인상적이었다. 복지가 선순환을 위한 투자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바로 그런 사회안전망을 어느정도 깔아주지 않으면 불안해서 돈을 쓰지도 않고 경제행위를 안한다. 이와함께 곳곳에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제법 있다. 이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나가는데 제약이 많다. 국가들은 이런 기업들이 수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경제민주화를 통해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 또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 즉 복지에 대한 투자는 결코 비용이 아니라 경제 선순환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장 동력을 기업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동안 기술력은 있어도 넓은 시장을 찾지 못했던 중견·중소기업 지원을 해야 한다.”

▷불평등 해소도 해야 하지만 성장을 해야 가능하다.

“과거 우리 경제를 이끌던 성장 방식으로 해선 안된다는게 드러났다. 고도성장이 주던 과실도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드러났다.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하는데 여러전문가들을 만나보면 시원한 답은 없지만 첫째 창업 등 기업가 정신을 부추기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창업생태계에서 일거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젊은 벤처 기업인들은 정부가 산업정책, 여러가지 기업 지원정책을 조금만 바꿔주면 충분히 제2, 제3의 실리콘 밸리가 될만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충분히 세계적 경쟁력이 있다고 하더라. 두번째는 노무현 정부 후기부터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에 한계가 와서 만든게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경제 영역을 개척했다. 경제행위로 인정하지 않던 것을 경제적 영역으로 집어 넣어 일자리를 만들었다. 물론 그것이 한국 경제를 이끄는 성장의 주력이 될 수는 없었지만 이 시기에 최소한 사람들에게 경제행위를 하게 하고 그들에게 자기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사회적 기업이 몇십만개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 다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의 노동시간 문제다. 제조 대기업에서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길 보다는 자신들의 수입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주장을 계속 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고민할 때가 됐다. 연간 노동 시간이 2150시간에서 1800시간 정도로 줄여도 꽤 괜찮은 일자리를 몇십만개 만들어 낼 수 있다는게 정설이다. 다만 노사 합의가 안되니 실행에 못 옮긴다. 국가가 나서 대타협을 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에 대타협을 하라고 하니까 안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몇몇기업을 빼고 고용 불안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위협을 걷어내주는 대신 당신들은 이런 사회적 양보를 통해 일자리를 좀 나누자고 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에게 양보할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같은 것을 양보해야 한다. 서로간 나눔으로써 공존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제조업들이 회귀하고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니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현재의 최저임금 갖고는 안되겠다고 한다. 생활 임금 수준으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힐러리 공약에 시간당 15달러로 돼 있다. 우리는 6030원이다. 양국의 물가 차이가 있다하더라도 생활을 영위할 정도는 돼야 버텨 낸다.”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주장한다.

“법인세가 인상되면 증세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라는 것도 인정한다. 법인세 인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세수 증대 효과도 생각 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이래 법인세 인하로 기업 사내 유보금이 많이 늘었다. 실효 세율도 너무 낮다.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현실화 해야 한다. 많이도 아니고 이명박 정부 때 내렸던 만큼 돌아가자는 것이다. 야당이 요구하는 것은 소득세 구간을 다시 세밀화 해서 최고 소득세 세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개인소득세 구간을 더 나누고 세율을 더 올리자는 게 야당이 주장하는 증세의 방법이다. 각종 사회보험을 좀 더 강화하는 방법도 써보자. 건강보험 보장률이 70% 정도 되는데 90% 까지 올린다는 목표로 각 가구당 1만원 정도 더 부담하도록 하자. 조사를 해보면 각 가구가 실손보험을 10만원 정도 낸다. 1만원 정도로 더 내도록 하면, 어려운 사람도 어려운대로 조금씩 세금을 내야 국가 주인으로써 당당하다라고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금을 안내는 사람이 많으면 국가운영에 문제가 있다. 국민개세로 가야 하지만 세금 안내는 분들을 당장 설득하면 반발할 테고 사회보험 같은 데서 조금 더 내도록 하고 실질적 이익을 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개인보험 안들어도 건강보험에서 감당되네’라고 하면 달라진다.”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 제도가 30년 전 도입돼 그 동안 엄청난 사회변화와 기대를 채우기에는 부족하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개헌이라고 하면 결국 중앙정치인들의 권력 나눠먹기라는 인상이 강한데, 개헌 필요성을 대한민국 새 출발이라는 관점에서 보고싶다. 왜냐하면 지난 30년간 이 제도와 사회적 틀 안에서 정치적·사회적·경제적 강자들의 기득권이 너무 세졌다. 공동체 의식이 철저히 파괴됐다. 더불어 살겠다는 기운이 없어졌다. 조금이라도 경쟁에서 앞서면 내것이라고 생각하는 풍토는 없어져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과 부와 기회의 독점은 사회의 심각한 악이다. 그걸 풀자고 하는 것이 개헌이다. 개헌을 하게 되면 세가지가 초점이 될 것이다. 하나는 중앙정치 권력에 대한 배분 문제다. 모든 권한과 결정권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것이 옳은 것이냐라는 논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두번째는 국가 운영의 모든 것이 중앙정부에 다 있다. 지방은 피폐해 있다. 중앙과 지방의 권한 배분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의 기본권 문제다. 헌법적 가치로 보장해줘야 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그 분이 대선 무대위에 오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왕이면 사무총장직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에 민족을 위한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분쟁지역에 가서 분쟁을 해결하고, 재해 지역에 가서 전세계에 구호를 요청하는 게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이다. 남북 관계가 꽉 막혀 있으니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한국과 북한간 선한 중재자 역할을 하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이런 큰 것을 하나 하시고 돌아오면 국민적 기대도 크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 특정 정파의 대표선수가 되는 것 보다는 열어놓고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과거 민주화 투쟁 때와 지금의 정치는 어떻게 달라야 하나.

“그 때는 대의, 시대적 정신에 대해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다 보니 ‘3김’과 같은 거인이 나왔다. 그런 카리스마를 갖고 몇십년 동안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절은 이제 끝났다. 이젠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끌고 갈 수 있게 하고 협치할 수 밖에 없다. 영웅도 아닌데 그분들 흉내내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그런 카리스마로서 정치할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여러 세력들 간 협력 할 수 있는 방안이 여기 저기서 나와야 한다. 합의할 수 있는 제도와 시스템이 있다면 토론을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 토론은 개헌에 관한 것일수도 있고, 국가 운영에 관한 것일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토론을 너무 안한다. 몸싸움 등 작은 전투에서 이기면 좋아한다. 그래봐야 우리가 서 있는 이 틀이 얼마나 보잘 것 없다는 사실이 최근 여러 현안에서 드러났다.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서 미국·중국으로부터 받는 압박과 갈등, 북한 핵·미사일 때문에 국민들이 받는 불안과 내부 갈등이 얼마나 심각하나. 지진 쇼크를 봐라. 이제는 그걸 넘어서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얘기할 때다. 우리끼리만 지지고 볶고 싸우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 모두가 가라앉는 세월호가 돼선 안된다.”

▷야권에서 대선 후보 단일화와 제3후보론이 맞서고 있다.

“다자 구도에서 야당이 이길 가능성은 없다. 결국 1대1구도로 만들어야 정권 교체 가능성이 크다. 1대1 구도를 만들기 위해 이벤트 방식으로 후보단일화를 해선 어렵다고 본다. 야권을 구성하고 있는 정치인과 지지자들간 한국사회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증세, 복지, 안보, 노사 이런 문제에 대해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정권 교체 해보자는 국민적 기운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3자구도가 괜찮다고 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의 절박감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본다.”

▷사드 배치 등을 놓고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

“안보에 관해서는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한 잣대다. 야당도 여기에 대해 이의를 거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안보라는 개념이 편가르기를 해서 얻는 이익보다 다자간 합의의 틀이 훨씬 유효하다는데 동의한다. 우리 경제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3분의 1을 차지하는게 현실이다. 우리 안보에서 한·미 동맹이 가장 튼튼한 뒷받침이 됐다면 한·중 교역은 우리 경제에서 대체 불가능한 현실이다. 따라서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은 국가이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놨는데, 그렇게 까지는 어렵다 하더라도 최소한 미·중 강자들한테 냉정하게 국익도 설명하고 우리들의 신뢰를 깨지 않는 끊임없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중국이 원하는 실리라는 부분도 있다. 황교안 총리가 사드 배치 발표 직전 중국을 방문했다. 총리가 중국에 사드 배치에 관해 양해를 구했다는 흔적이 없다. 이런게 안타깝다. 박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는 필요 없다고 한·중, 한·러 정상회담 전에 말했다. 이런 중요한 것을 전략적 카드로 쓴 흔적이 없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왜 우리가 사드가 필요하냐라는 말을 사드 배치 발표 전에 했으면 중국이 반발 안할 것이다. 북한 핵 문제를 두고 국제적인 방어막을 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있다. 외교·경제협력 등 카드가 있는데 이 카드에 대해선 이야기가 없고 오직 군인들 얘기만 있느냐는 것이다. 내가 사드 배치에 결사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것은 한·미 동맹이라는 현실 때문이다. 주한미군도 보호하고 한국 병사들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이게 꼭 필요하다고 하면 어떤 정부도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 전단계에서 전략적 카드로 쓸 수 있다. 중국에 북한 핵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달라고 할 수 있잖아. 사드 배치 발표 나흘전까지 국회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협의한 적도 없고, 결정된 바도 없다고 답변하는 것은 곤란하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