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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시련의 계절'] "정치권에 휘둘려 사면초가 몰린 전경련…새로운 진로 찾아야 존립"

입력 2016-10-07 19:03:28 | 수정 2016-10-08 05:43:17 | 지면정보 2016-10-08 A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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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55년 만에 최대 위기

'경제단체 맏형' 자처했지만 미르·K스포츠 재단 등 논란 휘말려

"개발연대 기능과 역할에 머물러"…기업들마저도 "바뀔 때 됐다"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 대안

"기업과 경제인을 '돈줄'로 보는 정치권과 정부부터 바뀌어야" 지적
최근 사면초가에 놓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서울 여의도 회관 모습.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기사 이미지 보기

최근 사면초가에 놓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서울 여의도 회관 모습.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동시에 비판받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는 “이제 문을 닫으라”고 한다. 일부 기업 사이에서도 “바뀔 때가 왔다”는 말이 나온다. 55년간 ‘재계 대변인’ 역할을 해온 전경련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전경련은 그동안 기업들의 정책 건의를 주도하며 한국 경제 활성화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최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며 무용론(無用論)과 해체론(解體論)마저 대두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이번 기회에 조직을 쇄신하고 시대 변화에 맞게 기능과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을 ‘돈줄’로 여기고, 전경련을 ‘수금 창구’로 활용하려는 정치권부터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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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지 않은 전경련

전경련은 1961년 설립됐다. 이후 군사독재와 개발시대를 거치며 한때 정치자금을 모아 정치권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도 했지만,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 의견을 전달하는 순기능도 많이 했다. 1990년대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았을 당시엔 금리 인하론 등을 주장하며 경제성장론의 보루 역할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엔 이른바 그룹 간 ‘빅딜(사업 맞교환)’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전경련에 발길을 끊는 계기가 됐지만, 산업 재편 과정에서 전경련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등 많은 대기업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경련의 위상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전경련을 매개로 한 기업 정치자금 모금 관행이 사라지면서 사실상 전경련 역할이 끝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위상이 예전 같지 않던 전경련은 지난해부터 잇따라 터진 논란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 대한 우회지원 논란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다. 최근 여야 정치권과 국가미래연구원, 경제개혁연대 등 진보·보수단체들이 앞다퉈 전경련 해체를 주장하고 나선 이유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전경련이 시대적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관행에 머물러 있다가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무국의 관료화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도 전경련에 차츰 거리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올 들어 비공개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엔 30대 그룹 회장들이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회원사 사이에선 전경련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 경제 발전’이라는 정관상 목적뿐 아니라 ‘재계의 대변인’ ‘기업 이미지 제고’ 등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상실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A그룹 기획실 임원은 “전경련이 대기업 의견을 정부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면 먼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전경련의 행동 방식은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경련 사무국의 관료화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전경련이 회장(비상근)이 아니라 상근부회장 중심의 사무국 주도 체제로 바뀌면서 ‘전경련을 위한 전경련’이 됐다는 지적이다. B그룹 대관담당 임원은 “전경련이 재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본연의 업무보다 정치권력의 심부름꾼 역할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만약 회장이 의사 결정을 주도했다면 최근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의 변신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다. C그룹 부사장은 “전경련이 현재 이름으로는 더 이상 정상적 활동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이름부터 바꾸고 활동 방식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D그룹 임원은 “개별 기업이 미처 하지 못하는 미래나 국제 정세에 대한 연구 기능을 확대해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이 국가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치권과 기업 관계 정상화해야

청와대와 정부 관료,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재계와 전경련을 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기업과 기업단체를 ‘돈줄’이나 ‘하수인’으로 여기는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계 전문가는 “전경련도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 돈은 언제든지 걷어 쓸 수 있는 쌈짓돈으로 여기는 정치권과 정부가 더 큰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기업 돈을 거둬 정책을 추진하면 효과가 빠르고 크다”며 “단기 성과주의 유혹에 빠진 정치권과 관료들이 자꾸 전경련을 악용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한 경제단체 팀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치권과 재계가 서로 도우면서 한편으로는 견제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정치권력의 힘이 너무 세져 기업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분위기가 됐다”며 “전경련이 정치권의 일방적인 요구를 전달하는 통로로 전락하다보니 회원사들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미르·K스포츠재단 말고도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혁신센터, 평창 동계올림픽 등도 다 기업 돈을 거둬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전경련 문만 닫으라고 난리 칠 게 아니라 정치권과 기업 간 관계를 시대 변화에 맞게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장창민/강현우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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