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수출보증으로 1500억원대 은행대출을 받았다가 파산상태에 놓인 TV 수출업체 온코퍼레이션을 두고 2014년 대형 사기대출 사건을 일으킨 모뉴엘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코퍼레이션의 감사보고서에 공개된 재무제표에선 모뉴엘처럼 애초부터 부실기업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여럿 포착된다. 무보와 은행들이 온코퍼레이션 부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모뉴엘에 버금가는 막대한 무역금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업익 100억 넘어도 현금유입 '쥐꼬리'…온코퍼레이션 장부는 모뉴엘 '판박이'
(1) 영업으로 번 돈 거의 없는데…

2013년 1조원이 넘었던 모뉴엘 매출 대부분은 가공매출로 인한 ‘뻥튀기’였다. 이를 보여준 대표적 지표가 ‘매출(영업이익)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이었다. 매출·영업익과 현금흐름 간 차이가 너무 크면 조작 가능성이 높다. 모뉴엘은 2013년 매출 1조1410억원, 영업이익 105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은 고작 15억원에 불과했다. 온코퍼레이션도 2012년(회계연도 기준) 매출 3691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올렸지만 현금 유입은 27억원뿐이었다.

(2) 너무 많은 외화예금

일반적인 기업은 보유 현금을 최대한 사업에 활용해 자산 중 현금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 모뉴엘은 2012년 총자산 2300억원 중 21.4%(490억원)가 현금이었다. 외화예금은 2013년 479억원(93%)으로 급증했다. 모뉴엘은 한국에서 은행대출 받은 돈을 해외에 송금하는 식으로 535억원을 빼돌렸다. 온코퍼레이션도 자산 중 현금 비중이 2013년 33.3% 수준으로 높았고 외화예금은 239억원으로 현금 자산의 99.1%에 달했다.

(3) 매출 대부분은 외상거래

모뉴엘은 매년 매출과 맞먹는 규모의 매출채권을 은행에 할인 매각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2013년 매출채권 매각액은 1조580억원으로 매출(1조1400억원)의 93%에 육박했다. 제품을 판매한 대가로 현금이 아닌 매출채권을 받아 유동화하는 ‘외상거래’를 해 온 셈이다.

이 매출채권 대부분은 가공매출에 근거한 것으로 밝혀졌다. 온코퍼레이션도 매출채권 할인을 통한 외상거래에 주력했다. 2015년에는 매출채권 매각액(1675억원)이 매출(1585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4) 지나치게 적은 유형자산 비중

모뉴엘은 2013년 총자산 3400억원 중 토지·건물 등 유형자산이 485억원에 불과했다. 그중 시설장치는 17억원(자산 대비 0.5%)에 그쳤다. 권수영 고려대 교수는 “이 정도 설비로 1조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코퍼레이션도 2014년 유형자산이 357억원으로 총자산(933억원) 대비 비중이 높지 않았다. 시설장치는 5억2400만원(자산 대비 0.5%)에 불과했다.

(5) 급격히 늘어난 부채

모뉴엘 부채는 2010년 323억원에서 2013년 2057억원으로 3년 새 6.3배 급증했다. 온코퍼레이션 부채도 2010년 22억7000만원에서 2013년 291억원, 2014년 429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난 데 이어 2015년에는 1768억원에 달했다. 2010~2013년만 따져도 12.8배 늘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