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내는 주체는 누구일까? 사람이다. 소득세 등 모든 세금이 그렇다. 그렇다면 법인세는 누가 낼까? 법인(法人)? 난감하다. 생명체가 아닌데 세금을 내다니. 법인세에 대한 미신과 오해는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법인세도 사실 사람이 낸다. 말 장난하지 말라고? 진짜다. 법인은 법률에 의해 권리능력이 인정된 단체 또는 재산을 말한다. 임의 단체일 뿐이다.
[Cover Story] 법인세에 대한 5가지 오해
(1)기업이 낸다?

법인세가 부과되면 여러 경제 주체에게 전가된다. 첫째는 법인의 주인인 주주다. 일정 부분을 주주가 부담한다. 법인세를 종업원이 부담한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낸다. 법인은 종업원들의 임금 혹은 복지혜택을 줄여서 법인세 납부액을 마련한다. 종업원에게 가야할 몫이 법인세로 빠진다는 뜻이다. 법인은 소비자들에게도 전가한다. 세금을 내야 하는 법인은 생산한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는 방법을 쓴다. 법인에 투자한 투자자에게도 조세전가(tax shifting)는 일어난다. 법인세가 올라가면 그 법인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떨어진다.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투자자본이 회수돼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자본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기꺼이 떠난다. 결국 자본가들도 손해를 본다. 결국 법인세가 올라가면 조세 전가는 반드시 일어나고, 경제주체들은 그 세금을 떠안게 된다.

(2)기업이 부자다?

우리는 자주 법인을 재벌과 그 가족으로 혼동한다. 그래서 법인을 부자로 인식한다. 법인은 생명체가 아니기 때문에 부자일 수 없다. 법인의 주인은 앞서 말했듯이 전체 주주다. 우리가 아는 재벌 가계의 지분은 전체 주식의 일부분일 뿐이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거의 다 분산돼 있다. 일반 투자자, 해외 투자자, 각종 연기금 등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 같은 우리나라 최고 회사도 가계 지분은 2% 이내에 그친다. 주식이 분산돼 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 ‘법인은 곧 인간 부자’라는 생각에서 법인세를 올리자는 것은 엉뚱하다. 소위 부자들이 무는 세금은 소득세이지 법인세가 아니다.

(3) 법인세 인하가 부자감세?

법인은 부자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법인세 인하=부자감세’라는 인지부조화다. 정치인들이 흔히 쓰는 상투어다. 법인세 인하를 비난할 때 일부 정치인들은 “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부르짖는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다. 번지수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법인세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라 감세로 전부가 부자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소득세를 덜 걷어가면 그만큼 우리 주머니에 돈이 남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설명이다.

이것은 ‘법인세 귀착이론’이라는 것을 알면 이해하기 쉽다. ‘법인세는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법인세를 인하하면 국민들의 세부담이 낮아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 귀착이론의 핵심이다. 1960년대부터 재정학에서는 조세와 기업투자 간의 관계가 깊이 연구됐다. ‘신고전투자이론’은 이 관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법인세 인하는 기업이 투자하는 자본비용을 낮춰 투자를 늘리게 한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입증됐다.

(4) 법인세 내려도 투자 안한다?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것이 바로 이 주장이다. “법인세를 인하해도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현금 보유만 높이기 때문에 인하해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3)번에서 설명한 대로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자본비용을 낮춘다. 자본비용이 낮아지면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기본이다. 물론 법인세 인하가 모든 기업에 개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업은 노사문제, 시장경쟁, 사업사양화 등 다른 요인으로 투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전체를 보는 시각이다. 법인세가 인하될 경우 나타날 모든 기업의 투자총액을 살펴봐야 한다. 이것은 마치 어떤 상품의 가격이 내려도 그 상품을 사지 않은 어떤 개인에겐 무의미하지만 전체 수요량은 증가하는 이치와 같다. 법인세 인하도 그렇다. 법인세 인하 후 투자총액 변화량은 증가한다. 투자할 수 있는 기업, 없는 기업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체 투자 변화량이 플러스다.

(5) 소득재분배 효과있다?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바탕에는 소득재분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소득재분배를 거두기 위해서는 세율체계가 누진제여야 한다. 누진구조란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어떤 과표구간에는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법인세율 체계는 2억원과 200억원을 기준으로 10%, 20%, 22% 세 단계로 돼 있다. 세율이 다른 것에서 ‘소득재분배 기능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선진국들의 법인세율 구조는 어떨까?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은 누진세율이 아니라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법인세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달성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법인=부자=재벌’과 ‘법인세 인하=부자감세’는 엉터리 주장이다. 법인세 인상은 겉으로는 법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실상은 우리 모두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과 같다.

고기완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