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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차별받고 있다' 느낀다면 어떻게 말해야 속 시원할까

입력 2016-10-06 17:31:28 | 수정 2016-10-07 00:54:45 | 지면정보 2016-10-07 A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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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윤명희 < 파주시중앙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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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오르는데 정작 입 밖으로 튀어나와 주지 않던 것, 불편하고 부당한 것들이 온몸을 휘감아 압박하는데도 좀처럼 터져 나와 주지 않던 그것은 바로 ‘언어’였다. 어떤 말을 해야 이 불편함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될까. 누구에게 말해야 이해하고 공감해줄까. 이런 숱한 고민이 순식간에 지나가면서 때로는 참고, 때로는 과격한 말싸움으로 관계가 나빠지는 경험을 하면서 나이가 들었다(어느새 쉰이 가까워졌다).

젊은 시절 한때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논했다는 것을 무슨 훈장(?)처럼 가슴에 새긴 채, 별로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이 책이 나왔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 꼭 말해야만 하는 저자의 절실함과 나의 직관이 연결됐음을 느꼈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되는 책은 그동안 무뎌진 감각을 살아나게 했고, 침묵하는 평화로움에 길들여져 잊고 있던 그 ‘언어’가 무엇인지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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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는 여성을 비롯해 차별받는 당사자로서 겪은 불편함과 부당함을 입증하기 위해 더 많이 설명해야 했고, 이해시켜야 했고, 참아야 했던 사람들의 답답한 순간을 위한 책이다. 준비되지 않은 채 대화에 임했다가 상처 입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원치 않는 대화는 끊어내고, 논쟁을 시작할 땐 기존 흐름을 바꾸는 것으로 위치를 선점하고, 무례한 말에 지고 싶지 않을 때 통쾌하게 한 방을 먹이고, 기꺼이 대답해 주고 싶으면 적절하고 멋진 대답으로 같이 성장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실용서다.

저자는 차별받아 본 적 없는 이가 어떤 차별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차별받는 이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해’는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자가 아니라 이해하고 싶은 자의 몫이어야 한다. 그동안 차별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상대에게 입증하기 위해 더 많은 수치나 공신력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더 공부해야 하고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그 순간에 적절한 언어였다. 불편한 느낌이 적절한 언어를 만나면 생각이 바로 힘이 된다.

필자도 이 땅에서 50년 가까이 여성으로 살았고 20년 넘게 사서로 살았다. 또 무지한 발언과 폭력이 통용되는 긴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의 힘없는 국민으로 살았다. 차별받는 당사자로 살면서 누군가의 발언이나 질문이 어딘가 불편하고 이상하다고 느끼는 직관을 쌓으며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말하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이 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분명하게 읽히는 것은 아마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내재한 기득권의 상용화된 언어에 대한 불편함이 극에 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직관이 언어를 만났으니, 이제 필요한 것은 연대와 실천이 아닐까. (이민경 지음, 봄알람, 192쪽, 1만2000원)

윤명희 < 파주시중앙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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