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여자는 예뻐야' 무언의 압박, 누구를 위한 아름다움인가
TV 뉴스에 대한 이미지는 고정돼 있다. 많은 사람이 ‘뉴스’라고 하면 삼촌 같은 남성 앵커와 그 옆에 한참 어리고 예쁜 여성 아나운서가 앉아 있는 장면을 떠올린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뉴스를 전하는 데 왜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필요할까.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이런 장면이 ‘아름다움’을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꼬집는다. 권력 구조가 ‘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이란 자격 조건을 만들어 일하는 여성의 고용과 승진 조건으로 공공연하게 제도화했다는 얘기다. 저자인 미국 여성학자 나오미 울프는 이처럼 아름다움, 모성애 등 여성성이 권력과 시스템에 의해 형성됐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저자에 따르면 권력 구조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대한 신화’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까지 침범해 여성의 삶을 잠식하고 있다. 남성들은 화보에서 튀어나온 듯 인형 같은 대상을 원하고, 여성은 그에 맞춰 고통스러운 행위를 지속한다. 성형수술, 다이어트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여성들을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울프는 “그들이 거액을 투자해 예뻐지려고 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살아남기 위한 가치가 돼 버린 탓이기 때문에 무작정 비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일반화된 시각을 해체하는 일은 소비자의 구미를 하나로 묶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는 결투다. 울프는 “투표용지나 플래카드로 맞서는 데서 더 나아가 사물을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성 스스로도 연대의식을 갖고 이 프레임을 깨뜨려야 한다. 울프는 “아무리 시장이 아름다움의 신화를 부추겨도 여성이 그것을 서로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면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여성이 아름다움에 대한 신화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대 간 협력도 필요하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나이 든 여성과 젊은 여성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세대 간 유대를 의식적으로 강화해야 외부에서 주입한 사고방식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게 울프의 주장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