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법은 증권업계에서 예상해온 방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중심인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분할 시점과 방식을 놓고 전문가들의 예상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최대 수혜주는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현재 삼성 오너 일가는 삼성물산 지분 31.11%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8%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0.59%에 불과하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3.55%를 모두 상속받는다 해도 지분율은 4% 남짓이다. 여기에 자사주를 제외하고 삼성생명(7.43%) 삼성물산(4.18%) 등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합해도 18.15%(삼성생명 특별계정 0.54% 포함)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239조여원)이 워낙 커 이 부회장이 사재를 털어 지분율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6일 종가 169만1000원을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 지분 1%(164만327주)를 늘리려면 2조7700억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인적분할을 하면 기존 회사 주주들의 지분율은 분할한 두 법인에서 각각 그대로 유지된다. 이때 오너 일가는 지배력 확장을 위해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신주로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 지주회사 지분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 등 삼성 측이 주식교환에 응하면 지주회사 지분율을 30%대까지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삼성전자(4.45%)와 삼성물산(7.89%)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큰 폭으로 뛰었다. 삼성물산은 이날 급등으로 단숨에 시가총액 3위로 올라섰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인적분할하면 사업회사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높아지면 배당성향도 올릴 수 있는 만큼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도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핵심 경로회사인 만큼 어떤 방식의 개편이든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17.23%)과 삼성SDS(9.2%)의 개인 최대주주다. 삼성SDS는 물류부문과 IT서비스부문으로 나뉜 뒤 삼성전자 삼성물산과 개별적으로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실제 분할 작업에 시동을 걸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린트 사업과 해외투자 지분 매각 등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과 조직개편 작업이 진행 중인 데다 이 회장의 지분 증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