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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성공"…아모레 70년, 대를 이은 K뷰티

입력 2016-10-06 18:00:26 | 수정 2016-10-06 22:02:43 | 지면정보 2016-10-07 A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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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70년 사사(社史) 발간

'태평양' 세운 아버지 서성환
해방후 개성 창성상점서 시작
"세계로 갈 조선화장품 팔자"…첫 화장품 메로디크림 불티

'아모레 신화' 쓴 아들 서경배
외환위기 전 과감한 사업개편…설화수·에어쿠션 혁신 일궈
직원도 "서경배님"으로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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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9월5일 중국 베이징. 22세 청년 서성환은 자금성 남쪽 다자란시장 앞에 서 있었다. 일본군에 징집됐다 풀려난 직후였다. 그는 500년 이상 된 이 시장의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했다. 뭘 팔면 돈이 될까 고민했다.

그는 염색약을 사서 일본 군복을 염색해 팔았다. 무명을 염색하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금세 팔려나갔다. “세상의 이치는 하나구나. 좋은 물건은 어디서든 팔린다”는 걸 깨달았다.

◆ABC포마드로 기반 마련

아모레퍼시픽은 9월5일을 창립기념일로 삼았다. 지난해가 창립 70년이었다. 이를 기념해 만든 70년사가 최근 발간됐다. 이 책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스토리가 담겨 있다.

발간사에서 고(故) 서성환 창업자의 아들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성공이란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나가면 성공이고, 성공하기 전에 그만두면 실패”라고 아모레퍼시픽의 역사를 평가했다. 또 “어려운 고비마다 포기하지 않고 새롭게 일어서기를 정말 잘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개성의 창성상점에서 출발했다. 징집에서 풀려나 고향으로 돌아온 서성환 회장은 어머니가 운영하던 상점의 간판을 태평양상회로 바꿨다.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조선의 화장품을 팔기 위해서”였다. 첫 화장품 브랜드는 ‘메로디(melody)’. 메로디크림 덕에 회사를 키울 종잣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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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제품이 ABC포마드였다. 1950년대 동물성 기름으로 만든 포마드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그는 좀 더 자연스럽게 윤기가 흐르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식물성 원료를 사용했다. ABC(All Best Cosmetics)라는 라벨을 단 한국 최초의 식물성 포마드는 도매상이 구하지 못해 난리였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회사 부채가 3000억원에 달하고 어음으로 고생하던 1991년 5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원 700여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서른 살의 아들 서경배 당시 사장과 함께 결단을 내렸다.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게 답이었다.

“다시 태어나도 화장품을 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얘기를 들은 서경배 사장은 가장 유망했던 태평양증권을 매각했다. 이후 몇 년에 걸쳐 태평양전자와 야구단 태평양돌핀스, 농구단까지 매각했다.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즈음 외환위기가 터졌다. 선택과 집중이 더 큰 위기를 피할 수 있게 해줬다.

◆‘18시간 비법’으로 설화수 탄생

서경배 회장이 경험한 실패도 책에 그대로 담겨 있다. 서 회장은 1990년 프랑스의 한 화장품 공장을 매입해 리리코스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름이 좋지 않았다. 외래어 K나 Y를 잘 쓰지 않는 프랑스어의 특징을 간과했다. 그는 “품질만 믿고 세부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세상의 고객은 모두 다르다는 걸 그때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프랑스에서 철수할 때는 “분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교훈도 있었다. 서 회장은 직원들에게 “80%는 고객을 보고 15%는 경쟁자를 보고 5%는 과거를 보라”고 말한다.

설화수와 에어쿠션 탄생 과정도 들어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3000가지 약용 식물 중 효능이 뛰어나고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30개 원료를 찾아냈다. 실험에 실험을 거쳐 18시간이란 비밀을 찾아냈다. 그 이하로 달이면 효능이 떨어지고 그 이상 달이면 성분이 파괴된다는 원리를 알아내 화장품에 적용했다. 이렇게 만든 설화수였지만 처음엔 백화점에서 퇴짜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소개했다.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은 서 회장을 “서경배님”이라고 부른다. 2002년 서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이다. 직급 호칭을 없애야 소통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호칭부터 없앴다. 사장이건 임원이건 예외가 없다. 서 회장은 “회사를 살리는 것은 강한 리더십을 지닌 경영자나 몇몇 인재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는 문화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이 생각하는 미래가 있는 회사의 모습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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