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집중력에 한국 현대음악 가능성 봤죠"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현대음악제 ‘아르스 노바’ 무대에 오른 말레이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메이 이 푸(36·사진)는 객석 반응에 깜짝 놀랐다. 그는 프랑수아 쿠프랭의 ‘틱톡쇽’부터 진은숙의 ‘토카타’, 벨라 버르토크의 ‘피아노를 위한 밤의 소리’, 올리비에 메시앙의 ‘기쁨의 성령의 시선’까지 연달아 네 곡을 독주로 선보였다. 다소 난해한 현대음악을 피아노로만 연주해 관객 태도가 흐트러질 만도 했다. 하지만 연주하는 내내 흔한 기침 소리도, 팸플릿 넘기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메이는 “관객의 뛰어난 집중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그 집중력이 한데 모여 곡이 끝날 때마다 엄청난 환호로 이어져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런던 등 유럽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여성 연주자다. 2013년 ‘BBC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런던체임버 오케스트라 등과 다양한 협연을 펼치고 있으며 영국 왕립음악원 부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은숙 서울시향 상임작곡가가 그를 초청했다. 진 작곡가는 그에 대해 “고전과 낭만 등 클래식 음악을 섭렵했으며 현대음악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평가했다. 메이는 “고전음악으로 기초를 익힌 뒤 창의적이고도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싶어 대학 시절부터 현대음악에 관심을 뒀다”며 “미래 음악을 개척하는 선구자가 된 기분으로 리사이틀(독주회)이나 공익 공연에서 현대음악을 자주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7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아르스 노바’의 두 번째 무대에 오른다.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서울시향과 협연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느낌의 연주가 이어지다가 휘몰아치듯 강한 연주가 펼쳐집니다. 피아노와 다른 모든 악기가 서로 대화하듯 하나 되는 멋진 무대가 꾸며질 거예요.”

한국 관객에게 현대음악의 매력도 재차 강조했다. “아르스 노바 등 현대음악 공연은 새로운 언어로 펼쳐지는 신비로운 동화 같은 무대입니다. 어려워 말고 친근하게 다가서면 현대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