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지난해 사상 첫 180만대 판매를 넘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올해는 170만대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올 상반기 정부의 개별소비세 혜택 연장 시행으로 '2년 연속 180만대 달성'이라는 기대감이 생겼으나 완성차 파업, 수입차 디젤 스캔들 등으로 인해 10만대 이상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산업연구원 등은 국내 자동차 판매대수가 올 연말까지 180만대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작년 말 자동차산업협회는 올해 내수 수요를 175만대로 전망했다가 정부가 '개소세 카드'를 연장한 이후 상반기 신차가 불티나게 팔리자 5만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금은 완성차를 대표하는 현대차 파업이 길어지면서 수요 전망치를 다시 낮추는 분위기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 내수는 개소세 혜택 종료, 수입차 감소 등으로 작년 수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산업연구원 역시 '2016년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자동차 내수는 전년 대비 5% 이상 줄어든 수요 감소를 예상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내수 절벽까진 아니지만 상반기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당겨서 많이 했다"며 "170만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해 180만대를 넘어선 것은 예외에 해당되며 국내 시장의 경우 연간 165만대가 적정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올들어 9월까지 완성차 5사의 판매대수는 115만2246대로 작년 동기(111만6626대)보다 3.2% 증가했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를 제외한 기아차,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은 내수가 늘었다. 수입차는 8월까지 누적 신규등록이 14만8411대로 전년 동기 대비 6.5% 줄었다.

문제는 하반기 신차 수요가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개소세 할인 혜택에 힘입어 큰 폭으로 늘었다가 하반기 내수가 줄고 있는 것. 지난달 완성차 내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3.2% 줄어든 11만1159대에 그쳤다.

하반기 들어선 별다른 내수진작책이 없는 데다 현대·기아차 파업도 수요 확대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 수입차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면서 "파업, 태풍 피해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업계는 유통업계 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 참여를 시작으로 내수 목표 달성을 위해 4분기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제임스 김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쉐보레 카매니저 170여명이 5~6일 이틀간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쉐보레 제품 워크숍'을 열어 하반기 내수판매 확대를 결의했다.

쌍용차는 전날 국내영업본부와 대리점협의회 관계자들이 평택·창원공장, 서울서비스센터 등을 방문해 올해 생산·판매 목표 달성을 공유했다.

아직 임단협이 진행 중인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은 이달 내 협상을 마무리 짓는 게 시급해졌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