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한 것을 두고 해외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인사 중에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18위에 들었다.
한국 인사 중에는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이 18위에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전자의 주가는 경쟁 기업들보다 40% 저평가됐으며,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창업자 가문이 순환출자를 통해 삼성 계열사를 지배하는 가운데,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서 수백억 달러의 상속세를 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분사, 270억달러(약 30조원)의 특별 배당금 지급, 잉여현금흐름 75% 이상의 주주 환원, 사외이사 추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후 이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라는 엘리엇의 요구대로라면, 삼성가(家)는 세금 혜택과 함께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늘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망했다. 엘리엇의 요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도 "이재용 부회장이 갤노트7 폭발 사태에 이어 엘리엇을 상대해야 하는 시련을 연이어 맞았다"면서도 "이를 위기로 볼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와 이 회사의 미래를 바꿀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삼성전자가 승계 과정에서 갤노트7 리콜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 엘리엇이 기막힌 타이밍 덕분에 승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삼성이 엘리엇의 제안을 너무 성급하게 거절해서는 안된다면서 엘리엇의 주장대로 주식 가치가 턱없이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270억 달러 배당금은 시가총액의 약 15%로, 애플이 지난 4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당시 시총의 15%인 870억 달러를 쓰기로 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블룸버그는 "엘리엇의 나스닥 상장 요구도 근거가 있다"면서 "유동성과 접근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