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개인 실적보다 고객 수익 먼저 생각하라"…차원 다른 승부수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사진)은 요즘 임직원에게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수익률이 모든 의사 결정의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올 하반기 정기 인사 때 금융상품 판매 등 개인 실적보다 고객 수익률이 높은 직원을 우선 승진시키는 발탁 인사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은행들이 기존 영업 방식과 전략을 고수하기엔 금융환경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함 행장의 판단이다. 저성장과 저금리로 은행 수익은 줄고 있고, 그나마 수익성이 높은 중(中)금리 대출과 결제 시장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이 잠식해나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10년 후 핀테크 업체들이 은행 소비자금융 수익의 60%, 매출의 40%를 잠식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고객을 지키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혜택을 키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함 행장의 철학이다.

통합 멤버십 붐 이끈 하나멤버스

KEB하나은행의 차별화된 서비스 중 대표적인 것이 하나멤버스다. 하나멤버스는 하나금융그룹이 은행·증권·카드·보험·캐피털·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의 금융거래 실적을 합산해 혜택을 제공하는 국내 금융권 최초의 통합멤버십 서비스다.

하나멤버스 포인트인 하나머니(1하나머니=1원)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으로 출금할 수도 있다. 하나머니는 OK캐쉬백, 신세계포인트, CJ원포인트 등 제휴 포인트와 교환할 수 있고 회원끼리는 휴대폰 번호만으로 주고받을 수 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장점으로 출시 1년 만에 회원 수 7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포인트=현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금융권 통합 멤버십 붐을 이끌고 있다. 하나멤버스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혜택을 늘리기 위해 개발됐지만 하나금융의 새로운 고객 기반 확대 플랫폼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나멤버스 회원의 30%가량이 KEB하나은행과 거래가 없던 소비자다.

하나금융은 하나멤버스를 단순한 통합 멤버십 서비스가 아니라 유통 소비자까지 끌어들이는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대만·중국·일본·태국 등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 하나멤버스의 바코드 결제 기능을 확대하고 홍채·지문인식 기술을 보강할 계획이다.

원큐뱅크로 글로벌 공략

국내 은행들은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 시장을 벗어나 속속 해외로 나가고 있다. 해외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24개국에 135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 해외 진출국이 가장 많다. 연내 글로벌 네트워크를 140개까지 늘려 2025년에는 은행 전체 수익의 40%를 해외에서 낸다는 게 KEB하나은행의 목표다.

함 행장은 “과거 국내 은행의 해외 지점은 현지 리테일(소매금융) 영업이 쉽지 않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금융에 주력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는 리테일 영업의 현지화가 글로벌 수익 창출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의 글로벌 사업 전략의 중심에는 디지털뱅크인 원큐(1Q)뱅크가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초 캐나다에서 한국계 은행 최초로 비(非)대면 실명인증과 신규 계좌 개설이 가능한 원큐뱅크를 출시했다. KEB하나은행 캐나다법인은 기존 한국 동포 중심의 고객 기반을 현지인으로 확대하면서 원큐뱅크를 주요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 휴대폰만으로 계좌 개설, 금융상품 가입, 직불카드와 수표 발급 등을 할 수 있다는 편리함을 앞세운 캐나다 원큐뱅크 계좌 수는 2만개를 넘어섰다.

지난 5월에는 중국에서도 원큐뱅크를 선보였다. 중국에서 외국계 은행 최초로 비대면 계좌 개설이 가능한 다이렉트뱅킹을 선보였다. 중국 내 영업점이 31개인 KEB하나은행은 현지 중국 은행보다 부족한 영업 채널을 원큐뱅크로 극복하고 있다.

중국 내 KEB하나은행 고객의 70%가 현지인이다. KEB하나은행은 중국 원큐뱅크 이용자를 위해 한국 의료관광 등이 가능한 금융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성형 목적 등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에게 통역을 제공하고 진료비 할인 혜택을 준다.

명실상부 자산관리의 명가

지난해 9월 옛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큰 시너지를 내고 있는 부문은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다. 하나골드클럽은 2005년 국내 최초로 의장 등록된 KEB하나은행의 PB 브랜드다. PB 업무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홍콩에 PB 담당자를 파견하기도 했다. 2013년 시장 상황에 따라 적기에 소비자들의 자산배분 관리를 해줄 수 있도록 하나조기진단시스템을 개발했다. 올초 국내 은행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투자자문) 서비스인 사이버 PB도 내놨다.

옛 하나·외환은행의 강점인 외국환과 자산관리를 접목시킨 투자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국내 최초로 달러 표시 주가지수 연계 펀드를 출시해 4억달러(약 444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미국 달러화 외에도 다양한 통화 분산이 가능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PB 서비스는 단순한 금융 서비스에서 벗어나 문화, 건강, 레저 등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자산가 수요를 반영해 2001년부터는 매년 정기적으로 자녀 만남 행사도 주선하고 있다.

세무사, 회계사, 변호사, 부동산 전문가와 감정평가사,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구성된 자문팀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의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을 도울 뿐만 아니라 세무, 법률,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부동산 매입·매각 자문과 부동산 가치평가, 사업성 분석 자문까지 해준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저성장·저금리·고령화 등이 맞물려 갈수록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PB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 국내외 시장 흐름을 읽고 선제적인 투자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