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위대한 임원이 위대한 회사를 만든다
쓰러져 가는 한 회사가 있었다. 이 회사는 하는 일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처음에는 사금 캐는 일을 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이 회사는 광석 채굴로 방향을 돌렸지만 캐낸 광석이 질 낮은 사암으로 판명돼 회사는 망하기 직전 상태까지 몰렸다. 새로운 투자자가 회사를 인수해 사포 제조를 시작했지만 직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때 한 임원이 해결사로 등장했다. 그가 개발한 ‘방수 연마포’ 덕분에 회사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후 사장이 된 그 임원은 조직문화 혁신을 단행해 회사의 시스템 자체를 바꿨다. 지금도 이 회사는 창조적인 제품을 속속 출시하며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금의 3M을 일군 윌리엄 맥나이트의 이야기다.

이처럼 위대한 임원 한 사람이 위대한 회사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임원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일이다. 둘째는 조직을 리드하는 일이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역할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새로운’이다. 기존 제품으로 성과를 내는 일은 직원의 몫이다. 임원이라면 신사업과 신제품 개발 등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성과 창출은 부수적인 일이다. 가치를 창출하면 성과가 따라온다. 피터 드러커는 임원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창조와 혁신에 대한 이해’를 꼽았다. 글로벌 시장에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한다.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창조 역량이 필요하다.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창조란 구태의연하지 않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의미한다. 에버랜드의 사례를 보자. 비가 오면 에버랜드의 매출은 평소의 20% 수준으로 줄어든다. 대부분은 비 오는 날의 매출 감소를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임원이 있었다. 이 임원은 ‘레인보우 페스티벌’을 생각해냈다. 색색의 우산을 나눠주고, 가지고 있는 우산과 같은 색의 놀이기구는 무료로 탈 수 있도록 했다. 하루 5시간 이상 비가 오면 무료입장권을 나눠줬다. 매출은 당연히 올라갔다.

매출 향상을 비롯한 기업의 근본적 경쟁력은 결국 창조하는 능력에 달렸다.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창조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임원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직원들이 창조적인 활동을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자원을 제공하고, 우수한 지식을 공유하는 등 창조시스템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한다.

시스템을 만드는 일도 임원의 역할이다. 시스템 경영을 풀이하면 ‘리더가 없더라도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 시스템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들이 따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는 일하는 방법을 알게 해주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윌리엄 맥나이트의 진정한 위대함은 그가 없어도 영속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10% 원칙, 30% 원칙, 15% 원칙’을 세웠다. 최근 1년 이내에 개발한 신제품의 매출이 전 매출의 10%를 넘어야 하고, 최근 4년 이내에 개발한 신제품의 매출이 전 매출의 30%를 차지해야 한다는 법칙이다. 또 업무시간의 15%는 원하는 일을 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며, 3M은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하고 직원들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있다.

임원의 역할은 이런 제도와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이다. 제도와 프로세스가 없다면 임원은 시시콜콜 간섭하고 으름장을 놓을 수밖에 없다.

사방에서 위기라는 말이 들려온다. 불황이라는 말이 지겨울 정도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든 민족이다. 그 기적을 이끈 사람들은 바로 기업의 임원들이다. 임원들이 다시 힘을 낼 때다.

한호택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