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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고성과 반말이 오가는 설전을 벌였던 박지원 원내대표와 황주홍 의원. 두 사람의 앙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양이다. 황 의원이 5일 “국민의당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박 원내대표의 ‘권력 독점’ 문제를 또 다시 지적하고 나섰다.

황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공당과 사당 사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날 오전 국민의당 의총에서 자신의 발언을 소상히 옮겼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세계 한인의 날’ 행사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모두발언만 하고 자리를 떴다.

박 원내대표가 자리를 비운 후 이어진 비공개 의총에서 황 의원은 “국정감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는데 원내대표가 안 계셔서 유감”이라며 “오늘 의총에서는 당연히 당의 진로와 원내대표의 정치적 거취 문제에 논의가 집중될 것이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비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당의 모든 결정권과 모든 논의가 그 분 한 분(박 원내대표)에게 사실상 독점되어 있다시피 한데, 그 위치에 있는 분이 안 계시다”고 뼈 있는 말도 남겼다.

황 의원은 이어 “도대체 우리 당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전당대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도대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가 제기될 것 같으면 박지원 대표는 ‘나한테 맡겨 달라, 나에게도 생각이 있다, 이해해 달라,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렇게 얘기해오기를 지난 6월에 시작해 벌써 10월”이라며 “아직도 우리는 그 분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민주적 공당을 표방하는 21세기의 당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개탄스럽다”며 “지금 국민의당이 정말 국민이 원하는 국민의당다운 모습이냐”며 박 원내대표 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최근 들어 한국 정치에 평화를 가져오기보다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가져오는 최선봉에 서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총선 민의에 대한 배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아무런 민주적 논의 없이 비대위원장 개인의 판단에 따라 당의 앞길에 영향을 미치는 언행이 계속 되는 것은 정말 큰일”이라고 했다.

후임 비대위원장 후보군과 관련해서도 황 의원은 “한 번도 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된 바가 없다”며 “언론에 나오는 걸 보면서 ‘아, 누가 거론되나 보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 의원이 100명, 200명도 아니고, 불과 30명 남짓밖에 안 되는데 다수 지성을 모아 해결책을 찾는 새 정치를 왜 못하는 것이냐”고 했다.

이날 의총 발언과 관련해 황 의원은 “내 이후로도 두세 분의 의원들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며 박지원 체제에 대한 불만이 자신 혼자만의 의견이 아님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국민의당 의총에서 황 의원은 박 원내대표에게 “선배님의 낡은 정치 때문에 당이 이렇게 됐다. 원맨쇼 그만하라”고 쏘아붙였고, 박 원내대표는 “야 인마, 너 나가”라고 맞받아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황 의원과 5년을 같이 했는데 정부·여당과 청와대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내부에 분란만 일으키고 총질을 한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도 했다. 이튿날 두 사람이 서로 사과하면서 갈등은 무마됐지만, 황 의원이 공개 비판을 재개하면서 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