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재투자할 종잣돈 마련하기

[정충진 변호사의 실전! 경매] (28) 유치권 신고된 '알짜 빌라'…소멸시효 지났으면 무효
3억 프로젝트 첫 번째 낙찰 물건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생각보다 조기에 투자금을 회수한 데다 재투자할 종잣돈도 늘어났다. 두 번째 물건 검색에 열중하던 중 3억 프로젝트의 취지에 딱 맞는 물건을 발견했다.

감정가 9700만원에 5번의 유찰을 거쳐 최저가가 1600만원까지 내려간 물건이었다. 도심 외곽지역에 있었지만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미래가치가 높고 연식도 그리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 잘 관리된 빌라였다.


문제는 거액의 유치권이 신고돼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유치권이라면 낙찰자가 그 신고금액을 고스란히 인수해야 한다. 유치권자가 신고한 금액은 9억3000만원이었다.

감정가가 9700만원에 불과한 빌라에 9억3000만원의 유치권이라니. 허위 유치권이라는 강한 의심이 들었지만, 그 심증이 무색하게 유치권자는 공사대금 확정판결에 유치권이 진짜란 확정판결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대법원에 판결문 제공 신청을 해서 확인한 결과 유치권자는 이 사건 경매 대상 빌라 한 호수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한 것이 아니라 빌라 전체 신축공사에 관여한 공사업자였다. 해당 호수 외에도 다수의 호실을 점유하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확정판결이 있으면 기판력이라는 제도 때문에 다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설령 재소가 가능하다 해도 확정판결의 사실적 구속력 때문에 그 판결을 뒤집기는 쉽지 않은 것이 재판실무다.

그러나 전소에서 다루지 않은 쟁점이나 증거를 발견해 낸다면 확정판결과 반대되는 결과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소송자료를 꼼꼼히 분석한 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이는 허점 하나를 발견했다. 공사대금 확정판결이 존재하지만, 그 판결은 10년 전 것이었다.

소멸시효가 3년인 공사대금은 소의 제기로 소멸시효가 중단되지만, 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다시 소멸시효가 진행하고 그때부터 10년이 지나면 공사대금 채권은 시효가 소멸한다. 혹시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다시 소송을 했나 유치권자 주변을 탐문해봤지만 소송은 다시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유치권자가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판결이 확정됐다 해도 그 전제가 되는 공사대금채권이 이미 시효가 소멸했다면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 법리다. 이 정도의 허점이라면 명도소송이 아니라 약식절차인 인도명령으로 간단히 명도를 끝낼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약 2000만원에 낙찰받아 3개월 안에 명도를 끝내고 감정가보다 저렴한 9000만원 정도에 매각하면 양도세를 고려해도 종자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세 시세가 6000만원 정도이니 전세를 놓고 2년을 기다렸다가 상승장을 타고 좀 더 오른 가격에 매각하면 순자산이 급증하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재투자 자금인 종잣돈은 급증하는데, 종잣돈만 경쟁력이 있다면 3억 프로젝트 달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리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3억 프로젝트의 성패에 중요한 갈림길이 될 멋진 물건이 선물처럼 나타난 것이다.

정충진 < 법무법인 열린 대표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