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상생약속 3년 만에 또 '갑질'
2013년 6월18일. CJ제일제당 대리점주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CJ제일제당의 갑질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도 했다. 과도한 판매목표를 설정해 대리점 부담을 늘리고, 잘되는 대리점의 거래처를 빼앗는 등 불공정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CJ제일제당은 사과했다. 갑질을 안 하겠다며 동반성장 대책을 내놓았다. 대리점주들은 한발 물러섰다. 공정위 신고도 취하해 사태는 해결됐다.

이 일이 벌어진 뒤 3년여가 지났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은 달라진 게 없었다. 이번에는 ‘각서 갑질’까지 등장했다.

◆온라인 대리점 대상 압박

5일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 사무처는 온라인 저가 판매 방해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CJ제일제당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올렸다. 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전원회의를 열어 CJ제일제당 측 의견을 들은 뒤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사무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온라인 판매점에서 제품을 싸게 파는 것을 방해했다. 저가 판매를 감시하기 위해 별도 팀도 구성했다. 저가 판매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온라인 대리점에 제품 출고 중단 등의 제재를 했다. 가격 인상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저가 판매 대리점에 싸게 팔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쓰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서 갑질’까지 한 것이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비용을 전가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 대리점에는 판매장려금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한 대리점주는 “목표를 본사 마음대로 세우고 이를 못 맞추면 장려금을 주지 않는다”며 “매출의 2~3%에 달하는 판매장려금을 주지 않아 대리점은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재고 부담은 대리점에 떠넘겨

CJ제일제당은 재고 부담은 대리점에 떠넘겼다. 또 다른 대리점주는 “과도한 목표에 맞춰 물량을 공급받다 보니 올 들어 재고가 지난해 말보다 30% 이상 늘었다”며 “개인적으로 대출받아 제품값을 갚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빚이 수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재고 중 팔리지 않는 물건은 폐기해야 한다. CJ제일제당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주는 이 제품가격의 절반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대리점주는 “본사는 제조 마진을 챙기지만 유통을 담당하는 대리점은 손해만 보고 있다”며 “대리점을 운영하기 위한 이익률은 최소 8%인데 지금은 이를 밑돌고 있다”고 말했다.

25년 이상 CJ제일제당 대리점을 해왔다는 또 다른 점주는 “6억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한 달에 500만원도 못 벌고 있다”며 “나뿐 아니라 대리점주 10명 중 7~8명은 그만두고 싶어하지만 투자한 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공정위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