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反中) 노선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5월 취임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대통령·사진)이 “중국은 대만이 굴복할 것으로 오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제조건 없는 양자 회담을 제의했다.

차이 총통은 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인터뷰에서 “취임 이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재정립을 위해 기회를 제공했지만 중국은 경제적·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대만을 압박해왔다”며 “하지만 대만은 그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민주진보당 소속의 차이 총통은 올초 치러진 총통선거에서 전임자인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친중(親中) 정책에 반감을 가진 젊은 층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집권에 성공했다. 중국 정부는 차이 총통에 대해 ‘92컨센서스’(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차이 총통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그동안 자국민의 대만 관광을 제한하는 한편 국제무대에서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차이 총통은 양안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과의 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점도 동시에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마잉주 전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시 국가주석과 1949년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을 연 것을 상기시키면서 “중국당국에 그 어떤 전제조건도 없는 대화를 제의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