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물에 휩쓸린 자동차 >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5일 남부지방에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경북 경주시 서천둔치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량들이 이날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 강물에 휩쓸린 자동차 >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5일 남부지방에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경북 경주시 서천둔치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량들이 이날 갑자기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제18호 태풍 ‘차바(Chaba·태국 꽃 이름)’가 5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을 강타하면서 정전과 건물 붕괴, 하천 범람 등으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침수되고, 거제조선소의 선박 건조 작업이 차질을 빚는 등 산업계도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항공기 결항이 잇따랐고 고속열차(KTX)가 멈춰서는 등 제주를 비롯한 영호남 일대 교통이 한때 마비됐다.

◆태풍이 할퀸 남부지방

남부 할퀸 태풍 '차바'…해운대 마린시티·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침수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차바는 5일 새벽 제주도에 상륙한 뒤 남해상을 거쳐 오전 11시께 부산에 다다랐다. 제주를 비롯한 영호남 대부분 지역에는 태풍경보가 발령됐다가 태풍이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이날 오후 해제됐다.

태풍의 영향으로 4일 오후부터 5일 오전까지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엔 624.5㎜의 비가 내리는 등 ‘물폭탄’이 쏟아졌다. 울산에도 300㎜에 가까운 폭우가 오는 등 남부지방 곳곳에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바람도 거세게 몰아쳐 제주 고산 지역에서는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56.5m를 기록했다. 1904년 태풍 관측 이후 가장 강력했던 매미(2003년 9월12일, 초속 60m)에 버금가는 강력한 위력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태풍으로 사망 4명, 실종 3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제주에서 정박 중이던 어선이 뒤집히면서 선원 한 명이 실종됐다. 울산에서 구호작업을 하던 소방공무원도 실종됐다. 부산 한 공사장에선 강풍에 크레인이 쓰러지면서 인부 한 명이 숨졌다.

울산에선 태화강 수위가 급격히 오르면서 한때 홍수경보가 발령돼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고급 주거단지 마린시티는 인근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침수 피해를 입었다. 손해보험 업계가 이날 접수한 차량 침수·파손 피해는 1400여건에 이른다.

◆태풍에 조업 멈춘 산업시설

태풍 차바는 기계·조선·중화학 등 ‘굴뚝산업’이 밀집한 경남 동북부를 강타했다. 석유화학단지와 철강단지는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지만 일부 공장의 조업이 한때 멈췄다. 현대차는 일부 생산라인 침수로 이날 오전부터 울산 1·2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출고 대기를 위해 야적장에 세워 놓은 일부 차량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거제에 있는 조선소도 작업에 크고 작은 차질을 빚었다. 거제 아주동의 대우조선해양은 태풍에 따른 정전으로 온종일 조업을 중단했다. 장평동에 있는 삼성중공업은 정전 피해는 없었지만 비바람이 거세 오전 야외작업을 하지 못했다.

강풍으로 전신주 등이 쓰러지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 22만여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경부고속철도 신경주역~울산역 간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신경주역~부산 간 KTX 상·하행 열차 17편의 운행이 한때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코레일 측은 울산역 북쪽 부근 철길 위 도로에 설치된 난간이 바람에 날려 전차선에 떨어지면서 전기 공급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강한 바람과 폭우로 제주와 영호남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제주공항 등에서 항공기 120편이 무더기 결항했고, 섬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곳곳에서 끊겼다. 부산과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와 마산과 창원을 잇는 마창대교, 부산 광안대교 등 대부분 해상 교량도 차량 통행이 한때 중단됐다.

강경민 기자/울산=하인식 기자/부산=김태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