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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들, 논문 집착 버려야 노벨상 보인다"

입력 2016-10-05 18:12:43 | 수정 2016-10-06 01:55:20 | 지면정보 2016-10-06 A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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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셰크먼 미국 UC버클리 교수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사이언스·네이처가 성과주의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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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들은 자유로운 주제와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도 꼭 어떤 성과를 내겠다는 식으로 연구 제안서를 씁니다. 이런 문화는 아이디어 하나를 오랫동안 연구하는 데 좋지 않습니다.”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랜디 셰크먼 미국 UC버클리 교수(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연구원·사진)는 5일 연세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벨상을 받을 만한 독보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으려면 과학자가 참신한 아이디어로 오랜 기간 한우물을 파는 연구 풍토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성과 지향적 평가 문화에 젖어버린 한국 과학 문화를 꼬집었다.

지난달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 자문위원에 위촉된 그는 연세대와 IBS에 연구 컨설팅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셰크먼 교수는 생명 활동에 필요한 물질이 세포 내에서 유통되는 현상을 규명한 연구로 두 명의 미국 과학자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셰크먼 교수는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기초과학 지원사업에 올라온 한국 과학자들의 연구 제안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재단 측은 어떤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지만 상당수 과학자가 영향력이 큰 주요 학술지에 몇 편의 논문을 내겠다는 내용을 적어냈다. 그는 “한국 과학자들이 성과 지향형 평가 문화에 익숙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성과주의 폐단으로 2014년 일본을 뒤흔든 스탭(STAP·자극야기성 다성능 획득) 세포 논문 조작 사태를 사례로 들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네이처에 단순한 방식으로 만능 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당시 과학계가 들썩였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논문 조작극으로 결론 났고 교신 저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까지 벌어졌다. 셰크먼 교수는 “과학자가 유명 저널에 논문을 게재해야 한다는 성과주의에 집착해 연구 절차와 원칙을 망각한 사례”라고 말했다.

셰크먼 교수는 성과주의 문화의 배후에 사이언스와 셀, 네이처 등 유명 학술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학술지는 대부분 흥행을 위해 논문을 선택하고 저널의 영향력 확대에 집중한다”며 “올해 노벨상을 받은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교수가 쓴 논문마저도 사이언스나 네이처에 실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셰크먼 교수는 “참신한 연구 아이디어를 발굴하려면 과학자의 주도적 참여가 중요하다”며 “누구나 논문을 자유롭게 내고 과학자들에게 엄정하게 평가받는 인터넷 기반의 오픈액세스를 통해 더 많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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