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악재 공시 직전 '공매도 폭탄'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힌 지난달 30일 이뤄진 공매도 절반이 해당 공시 발표 전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악재성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기관투자가 등이 공매도에 나섰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 지난달 30일 오전 9시에서 9시29분 사이 한미약품 주식에 대한 공매도량은 5만471주로 집계됐다. 이날 총 공매도량(10만4327주)의 48.37%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시간 공매도 거래대금도 320억2600만원으로 이날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616억1779만원)
한미약품 악재 공시 직전 '공매도 폭탄'
의 51.97%를 차지했다.

미리 공시내용을 알고 있던 ‘세력’이 대규모 공매도에 나섰을 것이란 의혹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30일 개장 직후인 오전 9시29분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작년 7월 맺은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로슈 자회사인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는 대형 호재 공시를 낸 다음날이었다.

전날 장 마감 후 나온 대형 호재에도 30일 개장 직후 대규모 공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은 의아하다는 게 전문가들 반응이다. 통상 기술수출 성사 공시 후에는 주가가 급등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의 계약 파기란 악재성 정보가 내부자 등을 통해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매도량이 급격히 늘면서 30일 한미약품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2010년 7월 상장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하루 평균 공매도량은 4850주에 불과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늑장 공시 논란에 휩싸인 한미약품 주식의 불공정 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신속히 합동조사에 나섰다.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는 기관 세 곳이 합동조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기초조사에서 구체적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로 사건을 이관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도 거래소 심리 결과가 나오기 전이지만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한미약품이 악재 공시 전까지 미공개 정보로 손실 회피나 부당 이득을 챙겼는지와 회사 측이 고의로 늑장 공시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한미약품 임직원 등 내부자 주식 거래 내역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조사단은 금감원과 달리 부분적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권도 행사할 수 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 6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처분 혐의 사건처럼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와 관련해서도 기초 조사 과정에서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는 “거래소의 신속 심리 결과를 전달받는 대로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금감원과 논의해 최종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검찰로 수사를 넘길지 여부(패스트트랙)도 그때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