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사시 vs 로스쿨' 이분법을 깨자
“안쓰러울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해요. 본인의 실수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전체 평판을 깎아먹을까 우려하죠.”

최근 만난 한 대검찰청 소속 부장검사는 로스쿨 출신 검사들의 근무 평정이 어떤지 묻는 말에 이런 답을 내놨다. 로스쿨 출신 중에서도 성적이 최상위권인 지원자가 검사로 뽑힌다. 근무 평정도 성적만큼이나 우수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들에게선 “실수해선 절대 안 된다”는 지나친 강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로스쿨 출신이라는 법조계 ‘2등 시민’ 꼬리표가 불필요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법조계가 헌법재판소의 ‘사법시험 폐지’ 합헌 결정으로 시끌시끌하다. 헌재는 지난달 29일 정윤범 사시존치대학생연합 대표가 사시 폐지를 규정하는 ‘변호사시험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관련 법조항에 따라 사시는 올해 1차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내년 2·3차 시험을 치른 뒤 폐지된다.

로스쿨 출신 대 사법시험 출신. 2009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법조계를 지배한 시대정신은 이분법이었다. ‘너’와 ‘나’를 가르고 상대를 흠집 내기에만 급급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사시 폐지를 4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번복하며 갈등에 기름을 쏟아붓자 로스쿨 학생들도 시험 거부와 1인 시위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법조계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다. 지난 8년간 피 터지게 싸운 결과 얻어낸 것은 무엇인가. 법률 시장 파이를 키우고 서비스 질을 높이는 데 써도 모자랄 에너지를 밥그릇 챙기는 데만 쓴 것은 아닌지 말이다. 헌재 결정이 이분법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