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국내 172개 4년제 사립대 중 연간 수입이 가장 많은 대학으로 조사됐다. 등록금과 기부금 등으로 9887억원을 거둬 2위인 고려대(6272억원)를 큰 차이로 제쳤다. 기업의 사내 유보금과 비슷한 개념인 적립금 기준 ‘부자 대학’ 1위는 홍익대였다.
4년제 사립대학교 172곳, 경영성적표
대학 수입 1조원 시대

4일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전국 4년제 사립대의 2015회계연도(2015년 3월~2016년 2월)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세대 고려대와 함께 성균관대(5284억원) 한양대(4648억원) 경희대(4468억원) 등이 교비회계 수입 상위 대학 ‘빅5’에 올랐다. 교비회계 수입이란 등록금, 법인전입금, 기부금, 국고보조금, 산학협력단 및 학교기업전입금, 부대수입 등을 합한 것을 말한다. 수입이 많아야 교수 채용, 연구시설 확충 등의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 경쟁력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연세대는 지난해(9991억원)보다 수입이 줄긴 했지만 공시가 시작된 2007회계연도부터 9년째 수입 1위 자리를 지켰다. ‘영원한 맞수’인 고려대와는 격차를 3000억원 이상으로 벌렸다. 부속 병원의 실적이 두 학교의 명암을 갈랐다. 연세대세브란스병원이 2015회계연도에 2505억원의 의료이익을 얻은 데 비해 고려대병원의 의료이익은 359억원에 그쳤다. 병원 등 재단이 운영하는 각종 법인이 학교에 내놓은 전입금 규모도 연세대가 3371억원에 달했으나 고려대는 894억원에 불과했다.

교비회계 수입에서 인건비, 각종 운영비 등 1년간 대학이 쓴 모든 비용을 뺀 당기운영차액(기업의 당기순이익에 해당)이 가장 많은 대학도 연세대(890억원)였다. 부산 경성대(382억원)가 2위였고, 성균관대(363억원) 중앙대(304억원) 이화여대(260억원)가 뒤를 이었다.

재단 법인에서 한 푼의 전입금도 받지 못한 대학도 여덟 곳이었다. 국제사이버대(재단명 광동학원), 대구대·대구사이버대(영광학원),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서울문화예술대), 신경대(신경학원), 신한대(신흥학원), 한국열린사이버대(열린학원), 한양사이버대(한양학원) 등이다.

대학 적립금 1000억원가량 감소

전국 사립대 가운데 ‘곳간’에 쌓아놓은 돈이 가장 많은 학교는 홍익대(7172억원)였다. 적립금이 229억원 늘어 전년보다 253억원 줄어든 이화여대(7066억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어 연세대(5209억원), 수원대(3588억원), 고려대(3437억원) 순으로 적립금 규모가 컸다.

사립대의 전체 적립금은 전년보다 986억원 줄어든 8조617억원으로 집계됐다. ‘반값 등록금’으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든 데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투자가 여의치 않자 쌓아둔 적립금을 쓰면서 학교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얘기다.

일부 대학은 수천억원의 돈을 쌓아두고도 교육환경 개선 등 투자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년보다 적립금이 100억원가량 늘었지만 학생들이 제기한 등록금 반환소송에 패할 정도로 학교 운영에선 낙제점을 받았다. 재단 비리가 끊이지 않는 청주대(6위·2917억원)와 상지대(68위·231억원)도 적립금 규모가 컸다.

수원대, 청주대, 상지대 등은 지난달 대학구조개혁 1주기 평가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 신규 지원과 학자금 대출 등이 제한되는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혔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국민의당)은 “대학의 무분별한 적립금 축적에 대한 대책과 용도가 불분명한 기타적립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대학들이 적립금 쌓기에만 치중할수록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