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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맥]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전력시장 독점구조부터 허물어야

입력 2016-10-04 18:06:28 | 수정 2016-10-05 02:42:17 | 지면정보 2016-10-05 A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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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장 경쟁체제 도입될까

'냉방 요금폭탄'에 누진제 개편…또 하나의 '정치요금'일 뿐
송배전망 등 한전 독점에 의한 '전기권력' 깨는 구조개혁 시급
시장에서 경쟁토록 해야 소비패턴에 따른 요금제도도 가능

비정상적 요금체계를 바로잡는 일과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완결은 불가분의 관계다
시장이 먼저 정상화돼야 요금도 정상화될 게 아닌가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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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내놨다. 기존 6단계 누진단계를 3단계로 축소하고, 누진율도 낮춘다는 게 골자다. 지난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에 국민의당에 이어 제1야당까지 답을 내놨다. 이제 남은 건 정부 여당이다. 새누리당, 정부, 한국전력 등이 참여하는 이른바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가 오는 11월쯤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언이다. 역시 골자는 누진단계 및 누진율 축소가 될 게 분명하다. 과도한 누진요금이라는 낡은 제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요금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나무랄 것도 없다.

하지만 각 당이 경쟁적으로 전기요금을 깎아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또 하나의 비정상임이 분명하다.

일부 전문가는 전기요금이 싼 지금이 누진제를 손볼 적기라고 말한다. 저항이 덜할 것이란 점에서다. 하지만 전기요금 환경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치권에서 어떤 안을 내놔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할 뿐 이게 끝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그것도 지금처럼 ‘전기요금은 정치요금’이라는 후진적인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계속되는 한 말이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저마다 싸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말하지만 이는 더 이상 가능한 조합이 아닌 쪽으로 가고 있다. 비쌀 수밖에 없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자고 하고, 원전은 불안하다며 더 이상 못 짓게 하고, 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 때문에 안 된다고 하는 상황인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추세에서 언제까지 정치적 전기요금이 가능하겠나.

전기요금 체계의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선 원칙에 기반한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독점사업자인 한전의 선의도, 전기요금을 물가 등 다른 상위 경제목표의 도구로 담는 정부의 정책도, 대중에 영합하는 정치권의 인기전략도 아닌, 오로지 전기공급자의 경쟁에 의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전기요금 체계가 잘못됐다면서 정작 공급자 간 경쟁 문제만 나오면 어찌 된 영문인지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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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안을 내놔도 '땜질식 처방'

이번에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내놓은 더민주만 해도 그렇다. 한전의 독점이 문제라고 하면 민영화로 가자는 거냐며 화들짝 말문을 닫아버린다. 아니 외환위기라는 국면 속에서 1999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들고 나온 건 바로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 아니었나. 당시 계획대로만 됐으면 한국의 전력산업은 2009년에 이미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경쟁체제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집권당은 발전노조, 시민단체 등이 반발한다고 물러서고 말았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중간에 하다 만 꼴로 멈춰 서게 된 결정적 이유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라고 다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당정 TF가 전력요금 근본 해법으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논의할 조짐은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인다. 새누리당도 민영화라면 질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공기업 개혁을 부르짖 은 이명박 정부 때에는 자원개발 등을 이유로 그나마 나눠놓은 발전사들을 한전에 다시 통합하자는 반동적 움직임까지 출몰했을 정도였다.

정치권이 이 모양이니 모든 게 비정상이다. 한전도, 발전사도, 전기위원회도, 전력거래소도 무엇 하나 정상인 게 없다. 정치권이 민영화를 저토록 반대하는 건 여론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자신들이 쥐고 있는 ‘전기권력’을 놓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백번 맞을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민간사업자 참여 등을 통한 판매경쟁이니, 소비자 선택권이니 하고 떠들지만 진짜 그럴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 요금체계와 한전의 독점체제 하에서 민간사업자가 참여하기만 하면 확 달라질 거라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정치적으로, 정책적으로 싸게 만든 요금은 민간사업자에게 아무런 유인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좌절감만 극대화될 뿐이다. 더구나 송·배전망 독점 등 압도적 지위에 있는 한전이라는 공기업과 민간사업자가 어떻게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겠나.

이래놓고 에너지 신산업 운운하는 게 지금의 정부다. 도대체 에너지 기존 산업의 독점을 그대로 두고 에너지 신산업이 가능하기나 한지. 기존 독점기업이 에너지 신산업을 방해하거나 설사 에너지 신산업 쪽으로 가더라도 독점이 전이될 건 불 보듯 뻔하다. 신규 진입자가 한전을 누르고 성공하기란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는 구조다. 정부가 오히려 담합에 가담하는 꼴이다.

99년도 전력산업 구조개편 무산

그렇다면 독점의 당사자인 한전은 어떤가. 누가 자신들의 독점만 건드리지 않으면 정치요금도 얼마든지 환영한다는 식 같다. 마치 지금의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요금 폭등’ 등 온갖 ‘민영화 괴담’이 튀어나오는 진원지로 의심될 정도다. 이쯤되면 국회·정부·한전이 ‘전(電)의 삼각동맹’을 구축했다고 할 만하다. 여기에 소비자단체까지 부화뇌동하는 판국이면 무소불위가 따로 없다.

선진국들은 바보라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나서고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게 아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에서 전력산업 구조개편 후 전기요금이 되레 올랐다고 하지만 요금이 오를 이유가 충분히 있는데도 오르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원한다면 요금이 비싸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혹자는 전기요금이 통신요금처럼 될 수 없느냐고 말한다. 문제는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유연한 요금제, 소비자 선택권에 부응한 다양한 요금제 또한 경쟁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해법은 공급자 간 경쟁

끝도 없는 원가 시비만 해도 그렇다. 한전이 정보를 독점하는 한 밖에서는 원가를 제대로 알 수도, 믿을 수도 없는 건 당연하다. 산업용이 싸다느니, 주택용이 비싸다느니 하는 소모적 논쟁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도 공급자 간 제대로 된 경쟁 말고는 다른 해법이 없다.

비정상적 요금체계를 바로잡는 일과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완결은 불가분의 관계다. 일각에선 비정상적 요금체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교묘하게 회피하려는 꼼수처럼 보인다. 순서로 따지면 오히려 거꾸로가 맞다. 시장이 먼저 정상화돼야 요금도 정상화될 게 아닌가.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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