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시인 산문집 '다시…' 출간
“먹고살기는 힘들고 되는 일은 없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안할 때,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일생이 걸린 문제인 양 다툴 때,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나를 괴롭히는 마음이라는 물건은 도대체 내 몸 어디에 있을까? 보이지도 않고 실체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속을 긁고 뒤틀리게 할까? (중략) 마음이라는 내장도 배 속에 있어서 아플 때 약이나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윤배 시인의 시 ‘굴욕은 아름답다’에 대한 김기택 시인(59·사진)의 감상평이다. 김기택 시인이 직장인의 애환을 위로하는 시 51편과 함께 이렇게 자신의 감상글을 덧붙인 산문집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다산책방)를 냈다. 저자가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지 27년 만에 낸 첫 산문집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서른이 넘어 등단한 김 시인은 이후 20년 일과 시 쓰기를 병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작품을 써왔다.

김기택 시인 산문집 '다시…' 출간
‘굴욕은 아름답다’는 수술받는 동생을 지켜보며 직장 스트레스를 받아온 동생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고 안타까워하는 작품이다. “아우는 큰 몸뚱이를 수술대 위에 버리고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마취되어 있다 / (중략) / 간 한 잎 뒤집으면 나타날 것 같던 / 만년 순경인 아우의 내심은 보이지 않는다 / 상사의 모멸과 질타의 말들도 피의자를 다루던 / 온갖 협박과 회유의 말들도 보이지 않고 / 서늘한 오기도 찾을 수 없다.”

김 시인의 글은 공감에서 끝나지 않고 독자가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준다. 소아마비 청년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손택수 시인의 ‘스프링’을 통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몹시 힘들고 위축돼 있다면 그것은 스프링이 한껏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무능하거나 보잘것없는 것 같이 보인다면 그것은 제 안의 꽃이 터질 순간의 환희를 기다리는 스프링이 최대한 움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즐겨 감상한 시들은 내면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해주거나, 사물과 자연에 숨어 있는 나를 만나게 해주거나, 지리멸렬한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확 바꿔보게 하거나, 자신이 받은 상처를 즐거움으로 바꾸는 에너지가 있는 것들”이라며 “여기에다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체험적 시론, 삶에 대한 이런저런 잡생각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