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발화 신고가 접수된 갤럭시노트7의 CT 분석 사진. 오른쪽 사진은 네모 부분을 확대한 것으로 외부 충격에 의한 전극 손상이 발견됐다. SGS 제공
지난 1일 발화 신고가 접수된 갤럭시노트7의 CT 분석 사진. 오른쪽 사진은 네모 부분을 확대한 것으로 외부 충격에 의한 전극 손상이 발견됐다. SGS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지난 1일 일반 판매를 재개한 이후 사흘간 4만5000대가 넘는 판매실적을 올리며 초기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결함 문제를 해결한 새 제품 교환 이후에도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제품 이상 주장이 여과되지 않은 채 온라인을 통해 확산돼 회사 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에 사는 A씨는 1일 오전 자신의 배우자가 교환한 새 갤럭시노트7에서 연기가 나면서 제품 일부가 녹아내리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A씨가 촬영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동영상에는 하얀 연기와 함께 제품이 녹아내리는 과정이 담겼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하루 뒤인 2일 “세계적인 조사기관 SGS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외부 충격을 받아 발화한 것”이라며 “배터리 자체 결함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갤노트7, 블랙컨슈머에 몸살…허위신고만 59건
SGS는 3일 11쪽 분량의 X레이·컴퓨터단층(CT) 촬영 분석 보고서도 공개했다. 이번에 발화된 갤럭시노트7의 X레이 사진 분석 결과 휴대폰 케이스가 찍힌 부분에 원형의 눌림 자국이 발견됐다. 제품 손상 부위를 CT로 촬영한 사진에는 이번 사건의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내부 전극 손상이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GS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날 뽐뿌 등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에는 “삼성 발표를 믿을 수 없다” “이 역시 삼성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언론 플레이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 등 음모론 수준의 게시글과 댓글이 올라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갤럭시노트7에도 문제가 있다면 발화 사고가 계속 발생해야 하는데 현재 세계적으로 120만대 이상의 제품이 교환됐지만 배터리 이상으로 인한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A씨의 신고를 허위 신고로 단정짓지 않고 있다. 다른 외부 기관에서 발화 원인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일반 판매 재개 이후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 체험행사를 여는 등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논란처럼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온라인으로 퍼져나가면서 일반 소비자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조장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고 관련 글이 올라오면 온라인 매체들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우선 퍼나르고 본다”며 “허위 사실로 판명되더라도 해당 회사는 유무형의 큰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일 배터리 결함으로 갤럭시노트7의 글로벌 리콜을 결정한 이후 국내외에선 보상금을 노린 블랙컨슈머들의 허위 신고가 잇따랐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달 현재까지 판명된 허위 신고 건수는 59건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3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국 6건, 유럽 6건 순이었다.

프랑스에서는 제품 연소 신고가 들어왔으나 제품을 회수해 분석한 결과 전자레인지에 제품을 넣고 가열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갤럭시노트7 발화로 지프 차량이 전소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현지 소방당국은 갤럭시노트7을 화재 원인으로 특정지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