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8년간 납세 회피 의혹…미국 2차 TV토론 최대 쟁점으로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사진)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납세신고서 보도로 대선 출마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트럼프의 납세회피 의혹은 오는 9일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서 최대 쟁점 이 될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어떻게 한 해에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손실이 가능했는지 △이를 근거로 18년간 세금을 안 낸 것이 적법한지 △누가 이런 자료를 흘렸는지 △납세회피 의혹이 30여일 남은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쏠리고 있다.

NYT는 전날 트럼프의 1995년 소득세 신고자료를 근거로 트럼프가 그 해에 9억1600만달러(약 1조111억원)의 손실을 신고했으며 이에 따른 세금공제로 최대 18년간 세금을 한푼도 안 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2012년 미국 기업 5개 중 1개는 손실로 인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손실 후 세금공제를 받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1995년 당시 미국 법인세법은 손실 발생 시 이전 3개연도 납세액을 돌려받고, 이후 15년간 이익이 나도 손실액 한도 내에서 세금 공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1조원 손실과 관련해 트럼프가 1990년대 초 현금 흐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년간 누적돼온 손실을 1995년 한꺼번에 상각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트럼프는 1980년대 카지노와 호텔사업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다가 1991년 ‘트럼프 타지마할’과 1992년 ‘트럼프 플라자 호텔&카지노’를 파산 처리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세법이 다른 업종과 달리 부동산업자에게 자산 가치 하락과 이자 부담 등을 바로 손실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위기 속에서도 추후 세금공제를 많이 받기 위해 이 같은 세법 조항을 최대한 활용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세금자료 유출 배경도 대선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세법은 본인 외에 제3자가 납세 신고서를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금신고서를 처음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자료 출처와 관련, 익명의 독자가 우편으로 자료를 보냈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 대선에 적극 개입한 백악관에서 자료가 나왔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가 출마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납세회피 의혹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대선까지 남은 30여일 안에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따라잡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