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법인세율 인상을 골자로 하는 야당의 세법 개정안에 대해 예산 부수법안 지정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세법 개정안을 공조 처리하기로 한 터여서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여놓고 있다. 국회의장의 예산 부수법안 지정은 상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법안을 본회의에 바로 올리는 ‘직권상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증세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밖에 없어 또 한 번 정치 소용돌이가 불가피하다.

우리는 야당의 법인세율 인상 발의에 누차 그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인상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정 의장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예산 부수법안을 지정할 상황이 오면 법인세는 세수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여서 대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강의에서도 “한국 법인세는 경쟁국보다 낮은 수준이고 균형재정을 맞추기 위해 세수가 늘어나야 하는데 법인세도 그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이건 틀린 얘기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세금 감면 등이 줄어들면서 올해만 기업 세 부담이 4조7000억원이나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실효세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또 올리는 것은 일자리를 외국으로 내보내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지금도 기업들은 경쟁국에 비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특히 상위 0.5%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 비중이 78.4%에 달한다. 법인세율 인상은 오히려 세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세계는 지금 법인세율 인하를 경쟁하고 있다. 이런 시국에 한국만 올리자는 건 투자를 종식시키고 일자리를 내모는 자해행위다.

야당은 무수한 실증적 결과를 무시한 채 ‘법인=부자’라는 허구의 틀을 내세워 법인세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의장은 단식 파동까지 겪고도 특정 정당의 대변자가 되려는 것인지.